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 경남일보
  • 승인 2016.10.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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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대학교나 지자체마다 평생교육원을 열어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시대다. 필자가 경상남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 정보화 강사로 강의할 때의 일이다. 40, 50대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기초와 인터넷, 워드 등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당시 수강생 중 한 분을 잊을 수가 없다.

80세, 센터에서 최고령 수강생이었다. 요리, 반찬, 피부미용, 패션, 메이크업 등 여성에게 맞는 다양한 강좌가 개설돼 있음에도 그 연세에 컴퓨터를 배우고자 도전한 것이다. 사실 50대 어머니들도 처음 마우스를 잡아본 분들은 더블클릭이 익숙지 않아 손을 떨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는데, 80세 할머니라니, 깜짝 놀랐다.

3개월 동안 수업마다 화장을 곱게 한 모습으로 10분 정도 일찍 와 2분단 제일 앞자리에 앉으셨다. 컴퓨터를 보며 어느 누구보다 수업시간 알려주는 것을 열심히 따라했고,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딸이나 며느리뻘 되는 수강생들의 수업 진도에 누가 될까봐 거의 질문은 하지 않고는 혼자 타자연습을 해 나갔다. 강사는 앞자리에서 타닥타닥 타자 치는 소리가 들리면 눈치를 채고는 그 부분에서 수업을 잠시 끊고, 앞자리의 할머니 컴퓨터를 시작으로 한분씩 모르는 분들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마우스를 잡아드렸다.

마지막 날은 아쉬움에 조금 일찍 수업을 마치고 다 같이 할머니를 필두로 점심식사를 하며 기념촬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최고령 수강생 한 분으로 인해 걱정을 안고 마음 졸이며 시작했던 강의가 그분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수강생들의 인생 공부에 큰 귀감이 됐으며, 가장 훌륭하고 멋진 끝맺음을 가진 강의가 됐다.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 자신도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옛것을 좋아하여 재빨리 그것을 탐구한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위정편’에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날에 배운 것을 익히고 거기에 새로운 것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80세에 컴퓨터라는 새로운 것을 배워보겠다고 타자연습을 하던 그 자판기 소리가 ‘존경’이라는 단어로 울림이 되는 가을이다.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 당장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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