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보의 골든타임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지진 속보의 골든타임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0.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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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뿌링 뿌링, 뿌링 뿌링” TV를 보고 있는 도중 갑자기 특이한 경고음과 동시에 화면에 긴급지진속보가 뜬다. 이어서“긴급지진속보입니다. 강한 흔들림에 경계해 주세요. 곧 강한 지진이 옵니다. 몸을 안전하게 대피하세요. 넘어지기 쉬운 가구에서 멀리 피하세요. 테이블이나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기세요. 만약 진원지가 해저라면 쓰나미의 위험이 있습니다. 해안 근처에는 접근하지 마세요.”라는 멘트가 반복된다. 필자는 일본에서 6년 동안 생활하면서 이런 장면을 숱하게 경험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그 순간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는 지진파에 실려 땅속을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 지진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에너지는 미약하지만 속도가 빠른 P파와 속도는 좀 느리지만 에너지가 큰 S파가 있다. 땅속 구성 물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P파는 초당 약 6-8km, S파는 4km로 전파된다. P파를 감지한 순간부터 파괴력이 큰 S파가 도달되기 전까지 불과 수 초, 혹은 수십 초의 짧은 시간이 바로 지진속보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그러면 일본에서는 이런 지진속보를 얼마나 빨리 내보낼까? 미리 설치해둔 최소 두 개 이상의 지진계로부터 P파가 감지되면 기상청에서는 그 정보를 근거로 그 지진의 진원과 예상되는 최대 진도 등을 자동 계산해서 긴급지진속보를 발표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초. 또, 방송국에서는 이 정보를 약 3초 동안 해석한 후 긴급지진속보 방송을 내보낸다. P파를 감지한 지 불과 10초만이다.

이번 경주지진의 경우 진원은 경주시 남서쪽 8km, 진앙은 땅속 10km로 알려져 있다. 경주시내와 같이 진원에서 가까운 곳은 도리가 없겠지만 직선거리로 100km 이상 떨어진 진주지역은 골든타임이 적어도 10초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긴급지진속보체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평소 지진대피훈련만 잘되어 있다면 혹시 한반도 동남권의 활성단층대에서 강진이 일어나더라도 긴급히 몸을 대피할 수 있는 틈은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긴급지진속보가 아무리 빨라도 진원지 인근지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긴급지진속보가 나오기 전에 이미 강한 진동이 휩쓸고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단순히 건물 붕괴를 막는 내진(耐震)기술의 수준을 넘어 건물 일부에서 진동을 흡수하는 제진(制震)기술과 건물과 지반을 격리시키는 면진(免震)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오세현 (경남과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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