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
박상재 (진주 봉곡초등학교장)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
박상재 (진주 봉곡초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0.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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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공자가어 ‘변정편’을 보면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는 방법이 나온다. 먼저 ‘휼간’이다. 휼간은 넌지시 돌려 말하는 것으로 듣는 사람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도 뒤탈이 없어 잘 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당간’이다. 융통성이 없이 고지식하게 대놓고 말하는 것으로 후환이 염려되는 간언법이다. 세 번째로 ‘강간’이다. 자신을 낮추어 납작 엎드려 간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치켜세워 기분 좋게 좋은 얼굴로 간하는 것으로 과시욕이 큰 임금에게는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네 번째로 ‘직간’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찔러 말하는 것으로 우유부단한 임금에게는 효과가 큰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풍간’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사례에 견주어 말하는 방법이다. 간언은 상대를 보아가면 설득해야 한다. ‘직간’이나 ‘당간’을 시도 때도 없이 하다보면 충정을 의심받아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른다. ‘강간’은 비굴해 보이기 쉬워 아첨과 구별해야 한다. ‘휼간’이나 ‘풍간’은 멍청한 임금에게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직간하면 성내고 풍간하면 칭찬으로 오해하는 임금에게는 방법이 없다. 설득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바른 말 하는 신하 탓하지 말고 간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라”고 한다. 간하는 말은 헐뜯음에 가까워 분노를 살까 두려워 간언을 잘 하지 않는다. 쟁우는 실족을 막아주고 쟁자는 아비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게 한다. 사람들은 자기의 허물은 잘 모르고 쉽게 남의 단점을 말한다. 충언이나 충고를 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충고는 충고가 아니라 비난이요 망신이다. 듣는 사람은 불쾌하고 가슴속에 오히려 원한을 품게 한다. 충고하는 사람은 적어도 인격적으로 흠이 적은 사람이라야 충고의 효과가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수사학’에서 권위로 설득하는 ‘아토스’는 그 즉시 효과는 좋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파토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잔잔한 여운을 가져 가장 좋은 설득법이라고 한다. 필자도 오래전에 모시던 직장상사를 술자리에서 진심 어린 충언을 했으나 오히려 보복을 당해 승진에 치명적인 일을 당한 아픔이 있다. 나는 충언이었으나 당하는 본인은 망신이고 치욕이라 여겼음이라. 세월이 흘러 내가 그 자리에 앉으니 깨달음이 온다. 간하는 방법과 타이밍을 놓쳤음을….

박상재 (진주 봉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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