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5 (263)
“층층 받들어야 되는 신주며 제사 반환, 외롭고 불쌍한 남편, 눈망울 새까만 자슥새끼들…. 그 뿐이가, 시집보낸 딸은 부고를 받고서야 친정부모가 비로소 발을 뻗고 잔다는 말이 있듯이 덕 보이 줄 거 없는 게 딸자식인데 욕이라도 안 듣게 해야지, 목숨처럼 여기고 살아 온 너에 외갓집 체면이나 위신을 생각하니 그것도 앞을 딱 가로 막는데 우짤끼고. 이 말도 너그들 식으로 하모 말캉 변명이 되것지만 그런 세상 안살아 본 사람은 모린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게 빽기 살수 없었시니 그렇기 빽기 못산 데 대한 후회는 없다. 내 딴에는 있는 힘대로 열심히 살았은깨. 전에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심중에 있는 말 전할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만-.“
물 한 모금을 청해서 다시 마시고 난 어머니는 조금 뜸을 들인 다음 덧붙였다.
그러고 난 어머니는 의미 있는 시선으로 양지의 얼굴을 이곳저곳 응시하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어머니 딴에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세라 애절한 심정으로 유언을 한 셈이었는데 근천스러운 목소리에 지레 싫증을 느낀 양지는, 또 그 소리, 엄마가 살든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르니까 그런 걱정할 여유 있으면 엄마 병이나 빨리 나을 궁리해, 하고 노골적인 짜증으로 반박만 했다.
그래도 계속되는 어머니의 말을 이후에는 듣지 않겠다는 뜻으로 머리꼭지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모자라 아예 어머니의 면전으로부터 등까지 돌려버렸었다. 어머니는 소식 없는 정남에 대한 걱정도 했다. 방안 가득 한숨을 뿜어낸 뒤 한숨처럼 그랬다.
”철없다 나무래지만 말고 니가 한번 찾아봐라. 일후에라도 내 어떻다는 얘기는 말고. 검불도 제 검불이 많아야 좋다고 미운 정 고운 정 감내해 줄 사람은 제 성제간 빼끼 없니라. 지금은 몬 깨달아서 그렇지 저도 외로울 때 안있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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