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휴양림을 다목적 기능을 가진 곳으로 변화시킨다면 어떨까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휴양림을 다목적 기능을 가진 곳으로 변화시킨다면 어떨까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6.10.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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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대학이나 일선 학교에 있는 것으로 알던 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고, 사설도서관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라는 대둔산 끝자락, 산골마을에 ‘지구별 그림책 마을’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도서관이고, 도서관의 주요한 기능인 독서에 연결해 음악감상, 숙박, 휴양, 치유를 겸한다. 물론 여기도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마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 읽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설립자의 포부다. 필자가 여기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거의 ‘그림책’이라는 것이다. 바로 특화된 도서관이란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2층에서 숙박을 하면서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이들과 부모의 유대관계를 높이고, 책을 읽다 지치면 주변의 숲으로 산보도 가고 휴양도 할 수 있게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상상력을 키우며, 숲속에서 휴양과 놀이, 치유를 겸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는 개관한 지 석 달밖에 안 됐지만 주말에만 1000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특별한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찾아가 책도 읽고 휴양도 하고 숲에서 치유도 하려는 사람들은 많다는 것이다.

이 도서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몇 가지로 그 성공요인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이 도서관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구성이다. 즉 그림책 위주로 도서관을 설립한 것이다. 그림책은 아이들 책이 대부분이고, 또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수많은 그림책 종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이유. 두 번째, 요즘 30, 40대 사람들의 여행 형태는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곳,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어떤 목적과 아울러 여러 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이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림책만을 모아 놓은 도서관이 아름다운 자연과 연결돼 있으니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책을 하루 종일 보고, 주변의 아름다운 숲에서 놀이도 하고. 필자가 이 도서관이 성공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이유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비하면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대표적인 상징인 휴양림은 어떤가. 휴가철이나 여름철 인터넷으로 예약이 시작되는 순간 몇 분 안 가서 예약이 끝난다. 그러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만 해도 매년 수백억 원이 적자다. 휴양림을 관리하기 위한 상주 직원과 관리비 등에 더해 이용객들은 1년 내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휴가철이나 여름 등 한때만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1년 내내 휴양림을 이용한다면 국가수입도 늘고 국민들은 산림휴양의 기쁨을 만끽하고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안은 뭘까. 앞서 말한 그림책 도서관이 해답이다. 휴양림에는 그러한 특화된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는가. 아니다. 이런 창의적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굳이 그림책 도서관이 아니라도 좋다.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어떤 운영시설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져 여러 가지를 한곳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고 더더욱 지역은 발전할 것이다. 왜 숲은 숲으로만 있어야 하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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