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박 대통령 국민 앞에 나와 진실 고백해야
이수기 (논설고문)
[경일시론] 박 대통령 국민 앞에 나와 진실 고백해야
이수기 (논설고문)
  • 경남일보
  • 승인 2016.11.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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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원칙과 소신이다. 뚜렷한 자기신념을 지닌 강직한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최순실씨 란(亂)’이란 ‘헌정 파괴 게이트’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원칙과 소신의 추진방법에서 소통을 통해 여당·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함께 협치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마이동풍(馬耳東風)식 옹고집’을 고수, 폐쇄적·배타적·독선적 불통이었다.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밖의 말은 듣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고 안에서는 아무도 ‘고언’하지 않고 국민 여론도 듣지 않고 있다.



사실상 ‘식물정부 선고’

어제 10여가지 죄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교수·학생들의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물결을 이뤘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바라보는 ‘식물 대통령’이란 절벽 앞에 서 있다. 사실상 ‘식물정부 선고’를 받았다. 최근 행보를 보면 국가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이게 나라냐, 창피해 죽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져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출발은 국정농단과 사교(邪敎)의혹’이다. ‘샤머니즘 정치’라는 외신의 치욕을 당한 것도 사교다. 청와대 행정관이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연설문 유출, 재단설립 등 국정농단을 보면 최씨가 대통령 뒤에서 ‘수렴청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국기문란에 국민들의 분노가 치밀 정도다.

지금 한국호(號)는 침몰 위기다. 수출부진, 쌀값 하락 등 경제는 파탄지경에, 안보는 불안, 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찢어졌다. 정부 기능은 마비되고 장관들은 무기력하고 관료들은 나서지 않는다. ‘최순실 블랙홀’에 국정이 갇힌 가운데 당정청(黨政靑)이 수습방안을 못내면서 공백상태가 계속, 국민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비상위기에 서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자리에 있을 명분이 없다. 일부 야당 대선후보도 민심 무서운 줄 알면 대통령 다 됐다고 착각해선 안된다. 야당도 말을 바꾸면서 대선에 매몰, 국정 마비의 공백사태를 즐길 것이 아니라 난국수습에 나서야 한다. ‘국정시스템 붕괴사건’으로 나라가 휘청거리면서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헌법을 준수,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헌정 질서의 기본 중의 기본을 허문 것은 중대한 범죄다. 5년 단임제에 대한 ‘권불오년’의 현실이 대통령 임기 1년 3개월을 남기고 또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역대 정권에 비해 훨씬 더 처참하게 다가오고 있다.



개각 또 일방독선, 야당 반발

사태의 본질은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 대통령의 국기문란 의혹’이다. 박 대통령은 사전에 야당과 협조를 구하지 않고 정면 돌파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거국내각과 책임총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에, 경제부총리·국민안전처장관의 개각을 단행했지만 국회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 야당이 또 일방적 독선이라고 거세게 반발, 국면이 호전되기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정도 카드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미흡하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빠른 시일내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고백하고 진정한 사과만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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