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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레알폴리티크(Realpolitik)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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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3  1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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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전 차관보가 근래에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 그는 “일부는 ‘레알폴리티크(Realpolitik)’ 접근법이 본질적으로 북한을 무장해제시킬 것이고 그들의 군사력을 축소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에는 그런 유화정책이 통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그런 회유책을 쓰려 한다면 실제로는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레알폴리티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현실정치를 의미하는 ‘레알폴리티크’란 이념적 관념이나 도덕적 전제 따위보다 권력 및 실질적 물질적 요소와 그 고려에 주로 의거하는 정치적 또는 외교적 견해로 현실주의 및 실용주의와 철학적 양상을 공유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념과 도덕보다는 현실 환경과 변수를 중시하다 보니 간혹 강압적, 비도덕적 또는 마키아벨리적인 정치를 가리키는 경멸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치와 윤리·도덕을 분리해 도덕적 관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아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국제정치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 역사에서 레알폴리티크의 개념을 실현한 이가 있었다. 구태의연하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타파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조조는 참모 선택의 기준으로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삼았다. 유재시거란 ‘재능만 있으면 따지지 않고 등용한다’는 원칙으로 그동안 도덕적·전문적 역량을 고루 갖춘 이를 관리로 임용하던 중국의 전통을 일거에 깨뜨린 것이었다. 이를 두고 논객들이 조조를 탁월한 혁신가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도덕이 완전히 배제된 정치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는 관점에선 일종의 레알폴리티크를 실현한 조조의 인재술이 썩 내키지 않는다. 오래전 선현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군주와 관료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 밑바탕은 보편적 상식이다. 오늘날의 크고 작은 조직도 리더가 인(仁)하고, 참모들도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날 줄 알면 그 조직은 이미 살기 좋은 기틀이 마련됐다고 본다. 그런데 보편적 상식을 갖추지 못한 채 독선과 아집을 일삼는 리더그룹이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을 경우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비상식적 리더그룹은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을 예사로 여긴다. 다만 의사결정의 절차상 주어진 협의절차가 필요한 경우 어쩔 수 없이 협상에 임하기는 하는데, 이때 구성원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협상도 종국적으로는 목적을 위한 방법인데 그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비상식적 리더그룹의 사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면 그런 협상에 힘을 쏟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다수의 구성원들은 아예 형식치레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할 필요마저 있을 것이다.

헌법 제1조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가치는 국민이 행동할 때만 지켜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조직의 구성원들도 동일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다. 구성원들이 더 이상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은 ‘레알폴리티크’ 의미 중의 부정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는 묵직함과 행동이다. 이는 헌법 제1조의 의미를 굳이 되새기게끔 만드는 부끄러운 비상식적인 자들이 점점 더 대담해지는 괴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끊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역사적(사회적)으로도 궁극에는 백성(구성원)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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