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는 유료를 창출한다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무료는 유료를 창출한다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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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카나자와시에 있는 ‘카나자와21세기미술관(애칭 마루삐)’은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50만이 채 안 되는 지방도시에 있는 현대미술관임에도 2015년에 무려 237만명이나 찾았단다. 이는 도쿄의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 과학관을 모두 앞지른 것이기에 더욱 놀랍다. 도대체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통형으로 된 이 미술관은 밤 10시까지 개방하며 시민들이 공원처럼 드나들 수 있게 돼 있다. 딱딱한 이미지의 현대미술관이지만 지역의 전통예술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많고, 유명 관광지인 켄로쿠엔(兼六園)이 바로 이웃에 있어서 관광객의 접근이 편리한 장점도 있다. 매년 관내 초등학교 4학년 전원을 초대하고, 그들이 돌아갈 때 입장권 1매를 손에 쥐어준다. 아마 아이 혼자 미술관을 다시 찾도록 내버려둘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진화하겠다는 운영전략 또한 주효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미술관에는 시민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무료존과 기획전시를 주로 하는 유료존이 공존하고 있다. 이 미술관에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 10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무려 6개나 무료존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무료존이 얼마나 충실하고 매력적인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수영장’은 입소문이 자자한 작품이다. 수영장 밖에서 그 내부에 입장한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저게 뭐지? 어떻게 수영장 바닥에 사람이? 안에서 밖을 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수영장 밖은 무료이고, 그 안은 유료이다. 유료존에 대한 기대, 무료존에서 채우지 못한 예술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분 좋게 지갑을 연다. 필자도 너무나 궁금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마루삐는 백만석 성주의 번성한 전통문화도시이며 유네스코 창조도시인 카나자와 시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의 상징이자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작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유료화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더 많은 유료 관객을 창출해 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카나자와21세기미술관의 성공사례가 타산지석이 됐으면 한다.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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