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준 (편집부장)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비둘기는 공원이나 광장에서 쫓겨나 진주 상평동 남강변 둔치에서 삶의 터를 찾았다. 한땐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무수히 먹이를 던져 주었는데 어느 순간 찬밥신세가 되었다. 인간사만 새옹지마가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공원과 자동차를 더럽히는 해로운 동물로 격하되어 인간의 뒤안길로 내쫓기고 말았다.
그것이 행운이었다.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쓰레기 더미를 뒤지지 않아도 된 것이다. 남강변 잡초들의 씨앗이 있기 때문.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난 비둘기들은 드디어 그들만의 평화를 찾았다, 잡초들의 품안에서.
박도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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