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선비정신과 부모교육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경일시론] 선비정신과 부모교육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1.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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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지럽다. 직장인인 학부모도, 자녀인 학생들도 중심을 잡기가 어려울 지경으로 답답하고 막막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쪽 선비정신이라는 글귀가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은…. 현재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산청 덕천서원에 모셔진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선생은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이다. 두 사람은 1501년 같은 해 태어나 동시대를 살았으며, 이들은 다 같이 어지러운 시대를 맑고 의롭게 이끌려했고, 교육을 통해 그 뜻을 실천했다.

최근 대쪽 선비정신으로 소문난 퇴계와 남명의 서원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그동안 도산 선비문화수련원에는 약 27만 명이 수료했는데, 기업 임원들과 외국인까지 찾아와 퇴계 선생의 청렴을 배웠다. 그리고 올해 개원한 남명의 덕천선비문화연구원에도 약 4000명이 찾아와 ‘남명사상’을 배우며 실천유학을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때가 때인 만큼 이 두 학자의 청렴정신이 더 빛나는 것 같다. 청렴하지 않으면 불의를 행하게 되고, 결국은 물질중시 풍토로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선비교육에 참가한 포스코 직원들은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57세에 직접 설계하고 지어 제자를 가르친 공간인 도산서당이 방 한 칸, 마루 한 칸, 부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퇴계 선생의 전성기여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크고 화려한 서당을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선비의 검소와 절제가 밴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을 기리며 남명의 실천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덕천서원 인근에 세운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역시 인기이다. 지난달 27~28일에는 경남지역 교육청과 학교 소속 공무원 81명이 연수를 받았다. 청렴은 성리학의 핵심행동 규범인데 이를 몸소 실천한 분이 남명이며, 그는 ‘경’과‘의’를 학문의 중심으로 삼았다. 즉 마음을 밝고 올바르게 하는 것이 ‘경’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의’이다. 남명은 항상 칼(경의검)과 방울(성성자)을 차고 다녔는데, 이는 ‘사사로운 욕심이 내장에 티끌만큼만 쌓여도 칼로 배를 갈라 맑은 물에 씻겠다’는 뜻에서 검을, 이 같은 뜻을 늘 깨우치고자 방울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등 남명의 제자 50여명이 의병장이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남명의 곧은 선비정신 덕분이다.

두 학자의 대쪽 선비정신을 보면서 우리 부모들도 이러한 선비정신을 물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란 자녀를 통해 부모세대의 자아실현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녀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키워서 사회적 공동체에 협력하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자녀가 사회화하는 데에는 부모 역할이 결정적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부모 모습과 행동을 통한 모델학습으로 자녀 자신의 인생각본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빈곤해진 지금의 사회풍토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비정신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렴하지 않으면 결코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를 되새겨 부모 스스로 청렴은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선비의 덕목을 갖춘다면 자녀 또한 부모를 닮은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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