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공공교통의 힘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공공교통의 힘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1.14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도시활동이 도보로 1시간 정도에 갈 수 있는 5km거리 안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자동차나 기차 등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과밀화된 도심에서 살지 않아도 됐다. 자동차의 편리성은 소규모의 물류이송에도 탁월해 도시 안팎은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로 가득 채워지게 됐다. 하지만 이는 예기치 않게 교통정체, 소음, 배기가스, 대기오염 등의 새로운 문제를 양산했다. 또한 자동차는 보행안전을 위협했고 사람들을 도시공간에서 쫓아냈다. 그 결과로 도시는 공동화됐고 범죄와 우울증 같은 정신문제가 엄습해 왔다. 이에 따라 현대 도시계획과 개발의 주된 경향은 대중교통 구축과 차없는 거리 조성 등의 보행자 친화형으로 바뀌게 됐다.

영국의 수도 런던은 도심만은 마치 마을 같은 풍광과 도로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는 특별 교통세 부가 등으로 도심으로의 불필요한 자동차 진입을 막고,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밀한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동차를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미네아폴리스시는 1950년대에 구도심 활성화 방안으로 ‘니콜레트 몰’ 상업지구를 계획했다. 철도를 지역의 주요 연결고리로 설정해 보행네트워크와 치밀하게 연계했다. 또한 시내버스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정류소에 적외선 난방기구를, 보도에는 제설매트를 구비했다. 자동차 진입제한으로 매출 감소를 우려한 상인들이 애초에는 극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매출이 급증했고 소음, 대기오염, 범죄 등의 문제가 사라졌다.

진주는 최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혁신도시, 정촌산업단지, 가좌 신역세권 등의 다양한 도시구역을 가지게 됐다. 이들 지역은 산과 강 등의 지리학적인 요인으로 인해 서로 분절된 다핵구조를 가진다. 이에 서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필요해 순환도로를 비롯한 다양한 연계도로가 건설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도로 신설이 자동차 대수의 증가율에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교통체증, 소음, 보행자 안전 위협, 환경악화 등의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개발이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진주시는 현대적 도시흐름인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혁신도시의 경우만 해도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부족해 제대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원도심은 공동화로 인해 쇠퇴해 재활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의 해결책은 보행자 네트워크와 치밀하게 연계된 대중교통망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각 지역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어 생동감을 자극해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상생효과를 가져다준다. 당연히 이용자가 적은 신설 지역에 처음부터 충분한 공공교통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는 한시적인 적자운영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