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예술지상주의자와 행동하는 예술인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경일포럼] 예술지상주의자와 행동하는 예술인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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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서 자란 조각가 우성 김종영 선생의 탄생 100주년 행사가 지난해에 있었다. 나는 기념식과 마산역의 아카이브 순회전, 최근에는 김종영 생가 보존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알고 보니 우성의 작품이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우성은 서울시의 파고다공원 정비사업에 의해 자신의 작품인 ‘3·1 독립선언기념탑’ 동상과 부속 석조부조 등이 1979년 철거, 파손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부당한 철거에 대해 미술단체, 조각단체들이 건의문, 항의문, 탄원서를 관계당국에 제출했고 예술원은 대통령에게 복원을 건의했다. 김종영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민원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결국 국보위가 사건을 조사하고 서울시에 재건립을 지시했다. 이 사건은 철거 12년 만에 동상이 독립기념공원에 복원됐다.

창원예총이 펴낸 ‘미의 사제, 김종영을 만나다’에 의하면 우성은 4·19혁명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수데모를 했다고 한다. 종로거리를 지나 광화문까지 시위를 했는데 점차 격해지기 시작했다. 우성은 동료교수에게 ‘폭력으로 마지막 승리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니 이제 그만 여기를 떠나세’라고 했다고 한다. 우성은 현대사의 힘든 시기에서도 행동하는 예술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예술의 목표는 행동이 아니라 통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문신 선생 서거 20주기 기념행사가 있었다. 문신 선생 역시 무책임한 행정으로 상처받은 적이 있다. 1994년 5월에 미술관이 개관됐다. 개관식 직후 바로 옆에 고층아파트 건축공사가 허가돼 발파작업이 시작됐다. 14년간 공들인 미술관의 기초가 흔들리고 마산만을 바라보는 조망공간이 좁아지게 됐다. 이런 반문화적인 행정에 대하여 지역사회에서는 미술관보존대책협의회를 구성했고, 60여개 단체가 공동으로 정부와 각계에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으나 아파트 건축은 진행됐다.

지역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김종영 선생과는 달리 문신 선생은 마산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만약 예술지상주의자인 그가 ‘미술은 현실 삶의 표현’이며 ‘미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행동하는 미술인을 만났다면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예를 들어서 1979년 10월 18일의 부마민주항쟁을 상징해 열린 ‘시월의 소리’전, 거창평화인권미술전 등에 참여하는 후배들과 만났다면 어떤 토론을 했을까.

최성숙 관장이 쓴 문신예술실록에 의하면 1961년 1차 도불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을 후원해준 고암 이응로 선생과 1977년 절교한 이유가 백건우·윤정희의 북한납치 미수사건에 고암의 부인이 연루됐다는 혐의였다고 한다. 고암과의 인간관계 단절은 더욱 그의 예술지상주의를 심화시켰다. 문신 선생은 정치적 사건에 예술가들이 절대 관여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자기 예술세계 확립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면서 일체의 정치적 활동에는 냉담했고 자기 예술창작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주만상의 이치를 추구하느라고 민족이 처한 남북분단의 어려운 현실은 보지 않았다.

작가들 중에는 행동하는 예술인도 있고 예술지상주의자도 있다. 모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 만든 작품도 있고, 마치 담을 쌓은 듯이 세상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작품도 있다. 그런데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려면 그 작가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존경받는 작가의 작품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며 작가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증인이기 때문이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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