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때를 모르는 사람
물러날 때를 모르는 사람
  • 강진성
  • 승인 2016.11.1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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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성기자(취재2팀장)
강진성기자
물러나는 건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동안 쌓은 탑마저 무너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놓고 국민은 인내심의 바닥을 보고 있다. 100만 촛불민심을 보고도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미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도 뒤집어 버렸다. 사실상 자신이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찰에게 부산 엘시티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만 쏟아내고 있다.

이념과 세대를 너머 국민이 이토록 대통령을 원망한 것은 처음이다. 죄의 무게를 놓고 법원 심판만 남았을 뿐이지 이미 국민은 마음속으로 탄핵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을 끄는 동안 물러날 골든타임조차 놓쳐 버렸다. 국민에게 연민을 받고 떠날 일말의 기회마저 잃어 버렸다. 이러니 ‘대통령’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유교 경전인 ‘주역(周易)’에 ‘덕미이위존(德微而位尊) 지소이모대(智小而謀大) 무화자선의(無禍者鮮矣)’이라는 구절이 있다. ‘인격은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작은데 꿈이 너무 크면 화를 입지 않는 자 드물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넘보지 말아야 할 자리를 넘봤다. 능력이 없음에도 국민을 속이고 자리에 오른 것도 모자라 국정농단의 장본인임에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욕심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下天下唯我獨尊)’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박 대통령이 자리에 연연하는 동안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은 이제 뭐가 나와도 놀라지 않는 내성이 생겼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와 친박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올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오늘도 국민은 쪽팔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물러날 때조차 모르는 무지몽매한 한사람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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