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황석산성 전투, 420년 만에 재조명
잊혀진 황석산성 전투, 420년 만에 재조명
  • 원경복
  • 승인 2016.11.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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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대 7만의 전투, 백성의 힘이 승리 이끌어
 


사실상 정유재란을 종식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백성의 전투’ 황석산성전투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학술회의가 지난 16일 오후 2시 함양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황석산성전투는 수성장 곽준, 전 함양군수 조종도, 김해부사 백사림, 거창좌수 유명개 등이 안음·함양·거창·합천·초계·삼가·산음 등 7개 고을 의병과 백성 그리고 김해에서 온 관군 50여 명 등 7000여 명이, 명군(明軍)이나 정규군의 지원 없이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 최정예 우군 7만여 명과 1597년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험준한 산악의 이점과 불굴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싸워 왜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혀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투다.

함양문화원(원장 김흥식)이 주최한 이날 제12회 학술회의에는 황석산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고 순국하신 조종도 전 함양군수, 안의 현감 곽준, 유명개, 정용 등의 전국 각지에서 모인 후손들과 함양문화원 회원, 함양군민 등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해 대성황을 이뤘다.

‘정유재란기 황석산성 전투의 배경과 의의’를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김강식 교수(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황석산성전투는 정유재란 초기 조선과 명군의 지원없는 고립 상태에서도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지역방어를 수행하여 끝까지 일본군에게 항쟁했던 역사적인 전투“라고 정의했다.

그는 “군량확보를 위해 성을 에워싼 일본군이 성을 비우면 모두 살려주겠다고 했음에도 1597년 8월 16~18일 청야책과 수성전(守城戰)을 전개해 일본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본군의 전라도 진출을 일정 부분 지연시키면서 사실상 정유재란 종식에 큰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소헌 조종도와 황석산성 전투’ 주제발표에 나선 허권수 교수(경상대학교 한문학과)는 “백성들이 황석산성에 끝까지 남아 전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전 함양군수 대소헌 조종도 등 인품이 뛰어난 지휘관의 역할이 컸다”며 조종도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조종도는 “내가 오랫동안 사대부의 뒤를 따랐던 사람으로서 어찌 도망쳐 다니는 무리들과 같이 숨어서 살 수 있으랴. 죽어서 마땅하면 죽어야 할 것이로다” 하며 그의 처자를 데리고 산성에 들어간 것으로 전한다. 조종도의 의기에 도망치려했던 젊은이들이 산성에 남아 전투를 치렀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반면 김해부사 백사림이 자기가 데리고 온 병사들과 가족만 데리고 성문을 열고 도망쳐 수많은 왜적이 몰려들어 결국 수성장 곽준을 비롯한 모든 의병과 백성들이 도륙 당했다”며 곽준의 아우 곽근의 상소 등을 설명하고, “황석산성의 함락을 자초한 백사림이 큰 벌을 받아야 할 것임에도 비호 세력이 있어 큰 벌을 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지탄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유성기 회장(황석산성 역사 찾기 운동본부)은 ‘황석산성 역사·문화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통해 “황석산성 전투가 아직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시 친명사대주의 사관에 물든 조선 지도층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그 후 일제의 계획적인 사건 은폐에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 함양사람들과 후손들의 책임도 크다”며 “성역화를 달성한 금산의 ‘칠백의총’이나 남원의 ‘만인의총’의 사례를 고찰해, 역사를 고증하고 황석산성에 담긴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계승하자고 강조했다.

원경복기자
황석산성 전투 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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