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대학에서의 김영란법 논란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 대학에서의 김영란법 논란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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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의 처결을 목표로 제정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우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되어 벌써 두 달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법의 내용으로 인하여 여전히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가운데, 대학가에도 김영란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첫 위반신고사례인 ‘캔커피’ 사건은 대학에서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캔커피 하나 정도 교탁에 올려놓는 일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생들로 하여금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수가 제자의 취업을 위해 기업체에 취업추천을 하는 것도 부정청탁이 아닌가 하는 문제도 제기되었는데,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민간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사기업체에 제자를 추천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공기업 관계자에게 추천하는 것은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조기취업자의 학점에 관한 문제도 논란이 되었는데 대학에서 학칙 개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로 일단락되었다.

또한 교수가 외부강의에서 받을 수 있는 사례금도 국립대 교수인가 사립대 교수인가에 따라 다르다. 김영란법은 공무원의 외부강의 사례금으로 받을 수 있는 상한액을 장관급 이상은 시간당 50만 원, 차관급 40만 원, 4급 이상 30만 원, 5급 이하는 20만 원 이내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강의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에도 추가 사례금은 각 직급별 상한액의 2분의 1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이 아닌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은 민간부문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서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 원을 한도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대 교수의 경우에는 공무원의 신분이므로 직급에 따라 정교수는 시간당 40만 원, 부교수는 30만 원, 조교수는 20만 원이 한도이다. 이렇게 차등을 크게 두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 한잔 건네는 것이 교수가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교수가 학생에게 음료나 밥 한 끼 사주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학생들은 매 학기말에 교수의 강의를 하는데, 강의평가에서는 학생이 평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청렴한 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면이 있지만, ‘직무관련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의 과도한 유권해석으로 공직사회는 명확하지 않은 것은 일단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몸사리기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최순실게이트로 불리는 엄청난 권력형 비리사건은 식사 한 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캔커피나 카네이션에 대해 고민하면서 청렴사회를 꿈꾸는 전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과도한 유권해석이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책임있는 기관으로서 캔커피나 카네이션 해프닝과는 다른 좀 더 국민정서에 맞는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해주기를 바란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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