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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최순실 게이트는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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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2  16: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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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에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774억원의 강제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으로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는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보다 앞서 박 대통령이 국가적 범죄의 ‘주범’이란 사실만으로도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 여기에 4주 연속 광화문 거리를 뒤덮은 100만 시민, 야 3당이 추진하는 탄핵과 대통령 하야로 국정은 마비된 상태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를 ‘상상과 추측에 불과하다’며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을 통해 자세히 밝혀지고 있기에 필자로서는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며, 단지 여론몰이 자제와 공정한 수사를 당부하며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래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11명의 대통령이 있어 왔으나 단 한명도 축복받으면서 물러난 대통령이 없다. 처음 35년은 자타의 과욕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더니, 후반 35년은 친인척 등 주변사람들의 비리에 얼룩졌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라는 국민적 혁명에 무릎 꿇고 하야했으며, 윤보선 대통령은 사회적 무능이라는 빌미로 5·16에 의하여 1년 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이라는 독재체제의 국민적 저항으로 부하의 손에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이어 최규하 대통령은 타의에 의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또한 5·18 민족적 비극으로 태어난 전두환·노태우 정권은 부당한 정권 찬탈과 권력형 비리에 의하여 퇴임 후 유배와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한편 자유와 민주라는 기치로 시작한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도 자식들이 저지른 비리로 불명예의 멍에를 지울 수 없었다. 이어 도덕성을 기치로 시작한 노무현 정부도 박연차 게이트와 노건평 의혹(수사 종결)으로 얼룩졌다. 또한 실용정부를 외치며 시작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원개발 비리’와 ‘영포라인’에서부터 비롯된 권력형 비리는 아직도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비리로 얼룩진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에 비하여 훨씬 홀가분한 박근혜 정부는 친인척 비리를 척결한다면서 천륜까지도 포기, 형제자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갓 태어난 조카의 출입도 엄금하면서 비리와 철벽을 쌓는 듯했다. 그러나 천륜보다 인륜을 택하면서 예견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정 농단은 시작됐던 것이다.

이와 같이 11명의 대통령 집권 아래서 자존심을 깡그리 날리고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시스템의 문제이다. 모든 조직은 사람에 따라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한비자에 전관(典冠)과 전의(典衣)의 고사가 있다. 어느 날 왕이 옷을 벗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마침 전의(왕의 옷을 담당)가 자리를 비웠기에 전관(왕관을 담당)이 옷을 덮어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 왕이 깨어나 그 사실을 알고 전관과 전의를 모두 불러 이렇게 호통을 치며 벌했다. “전관은 나의 관모(冠帽)에만 신경 써야 하는 관직이고, 전의는 나의 옷에 관한 일에 신경 써야 하는 관직이다. 그런데 전관은 직책을 넘어 내게 옷을 덮은 과오를 저질렀고, 전의는 직책을 소홀히 했으니 둘 다 벌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말이다. 모든 조직에는 제도가 있고 그 제도를 얼마나 공정하고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는 지도자의 몫이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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