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책임감에 대하여
이진우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책임감에 대하여
이진우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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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운영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동아리들이 종종 보인다. 인수인계를 받아 내년 동아리를 이끌어갈 후배가 없다는 것이다. 손을 번쩍 들고 “제가 하겠습니다”하며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후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바로 밑 학번 후배들이 단체로 그만둬 버려 비상이 걸린 동아리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5개가량 된다. 그럼 후배가 없을 수가 없는 각 과라면 어떨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맘때쯤이면 내년에 과를 이끌어갈 학회장과 부학회장 그리고 총무를 뽑는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전체 중 약 8할에 가까운 과들이 집부를 뽑는데 제비뽑기를 했다고 한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신은 1, 2학년 때 과대표든 학교행사 자원봉사단이든 특정한 일을 했다는 구실로 총 집부 자리를 거부한다. 물론 그 ‘특정한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구실을 만들기 위함이다.

솔직히 동아리든 과든 누가 중책을 맡고 싶으랴. 따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든 봉사 차원의 자리인데 피하려는 것도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특히 교대라는 특성상 어디 장을 맡거나 최소한 어느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스펙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활동은 순수하게 취미 및 성향의 문제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후배들이 단체로 나가버리는 동아리나 제비뽑기를 통해 억지로 집부를 뽑는 과들을 보면 그들은 본인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일말의 애정이나 책임감도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생각이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요즘 세상에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고, 하기 싫어서 안한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는 거다. 우린 그걸 잘 알기에 또 이들 앞에서 뭐라 하긴 애매하다. 가만 있자니 뭔가 분통 터지고 한소리 하자니 강압적인 선배 같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기호를 떠나서라도 본인이 어쩌다 하게 된 동아리, 들게 된 집단이라면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의와 책임감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무슨 자리를 맡으라는 게 아니고 본인이 조금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해봤으면 하는 말이다. 책임감이란 나라든 학교든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구성원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이진우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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