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정(學思亭)에 올라
오세현 (경남과학고등학교 교장)
학사정(學思亭)에 올라
오세현 (경남과학고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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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현
학사정은 경남과학고의 랜드 마크(land mark)다. 경남과학고는 1984년 3월, 진주시 하대동 ‘큰들’에서 개교했다. 그래서 아직도 ‘큰들’이라는 말을 친근하게 사용한다. 국사봉 너머 진성에 자리한 지는 올해로 꼭 20년. 이곳은 사계절이 참 아름답다. 그 중에서 으뜸 명소는 역시 학사정(學思亭)이다.

정자는 예로부터 학문하던 선비들의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자 지인들과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사교의 장이며 쉼터였다. 학사정 또한 과학 한국의 미래를 선도할 과학영재들의 무한상상의 사색공간이요 창의와 인성이 어우러지는 융합과 힐링의 공간이다.

그런데 여기에 오를 때마다 민낯을 드러낸 둥근기둥들을 보는 게 허전했다. 미래과학자들이 꿈을 키우는 이 터에 잘 어울릴만한 격문으로 주련을 달아 그 품격을 높이기로 마음먹었으나 쉽지 않았다. 1년여 동안 주변의 의견도 많이 듣고 고민한 끝에 마침내 온고지신하라는 성인들의 말씀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 진주향교 경남유교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먼저 퇴계선생의 교육철학이자 학습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좌 거경하여 사물의 이치를 깊이 궁구하라(居敬窮理)”는 가르침과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 서 제시된 ‘8조목’ 가운데 처음 두 조목인 격물치지를 택했다. 이 말은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앎에 이른다.”는 뜻이다. 특히, 서양의 학문 ‘Physics’를 도입하면서 ‘물리(物理)’라는 절묘한 용어를 발명해낸 선인들의 지혜 또한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니 더욱 의미가 깊다.

또, 오늘날의 과학은 원자수준을 다루는 나노과학의 시대이다. 이런 극미의 세계를 대상으로 탐구할 과학도의 덕목에 걸맞게 ‘탐미색은(探微索隱)하고 견미지착(見微知着)하라.’는 구절을 뽑았다. ‘작은 것을 발견하고 숨겨진 것을 찾으며, 사소한 것을 보고 큰 원리를 알아내라.’는 뜻을 담았다.

필자는 요즘 ‘과학자의 길’을 자주 오른다. 작년 진주시에서 개설한 이 길은 경남과학고에서 국사봉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이다. 앞으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곳 ‘학사정’과 ‘과학자의 길’을 찾아 성현들의 말씀을 깊이 되새겼으면 한다.

글로벌 세계에는 우리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영재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적인 과학자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역량을 이 큰들의 학사정에서 차곡차곡 쌓아가기 바란다.
 
오세현 (경남과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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