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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1592년, 그리고 2016년
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  yo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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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9  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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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국난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 토요일 저녁마다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 후손들에게 밝고 희망찬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국민들이 촛불을 켠다. 타오르는 촛불의 불꽃 속에 이순신 장군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던 1592년 임진왜란 발발 당시 전후 상황이 클로즈업된다. 국정위기 초래 과정과 이후 대처 행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국민이 나서는 모습이 임진왜란 당시와 판박이다. 당시 국왕(선조)과 지배층의 무능하고 비겁했던 행태를 지금 대통령과 정치권이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임진왜란은 발발 10여년 전부터 예고됐다. 일본군 침략에 대해 이이, 황윤길 등 충신들은 대비할 것을 주장했고, 항간의 소문도 파다했다. 그런데 선조와 지배층은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했고, 오히려 이들을 배척했고 처벌까지 하며 권력유지에만 급급했다.

420여년 전 상황이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할 것이라는 사실은 10년 전부터 예견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최순실 부녀’관계에 의한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박근혜는 최태민과 최순실의 꼭두각시’라는 폭로도 있었다. 일찍부터 예고된 사태였던 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노골화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각종 비리를 친박 의원 및 장·차관, 청와대, 심지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옹호, 지원을 넘어 공모까지 했다. 최순실의 전횡·국정농단·비리에 대해 충언·쓴소리를 낸 측근과 제보자들에게는 좌천·고소·고발·처벌 등 보복이 가해졌다. 420년 전 선조와 지배층이 했던 행태를 대통령과 측근들이 그대로 행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의 대통령과 정치권에서 하고 있는 대처 역시 임진왜란 발발 이후 선조와 지배층이 보인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도성(한양)을 지켜야 한다는 백성들의 염원과 충신들의 충언에도 선조와 대신들은 자기 목숨만을 부지하기 위해 백성과 도성을 내버리고 의주까지 도망쳤다. 백성들이 의병을 조직,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왜군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선조와 지배층은 전쟁 이후에 권력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전쟁영웅을 모함하고, 가두고, 죽이기까지 했다.

대통령과 측근, 그리고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 역시 420년 전과 비슷하다. 국정농단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선의의 행위였다는 궤변, 법 뒤에 숨어 반전을 노리는 치졸함,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시대착오적 사고, 촛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민심에 역행하는 이율배반 등 모든 행태가 선조와 그 지배층이 한 행태와 거의 같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정보다는 차기 권력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 선조와 그 지배층을 가장 무능했고 비겁했던 군주와 지배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민심을 역행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통령과 측근, 정치권이 선조보다 더 무능하고 비겁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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