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태반 주사가 그렇게 좋아요?
최원준 (경상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객원칼럼] 태반 주사가 그렇게 좋아요?
최원준 (경상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8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끔씩 갱년기 즈음의 환자분이 ‘태반주사’의 효능에 관한 질문을 한다. 요즘은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비교적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태반주사는 수술을 하지 않고 성형시술의 효과를 내는 이른바 ‘프티(Petti)성형’의 바람을 타고 널리 알려지게 됐다. 태반주사와 함께 ‘뷰티주사’로 불리는 여러 가지 약제들, 예를 들어 감초주사, 마늘주사, 배옥주사 등이 프티성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용이 증가한 이유가 약제효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환자의 요구와 함께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비급여 품목이 가지는 이점이 의사들에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우려된다. 요구가 많아지게 되니 과다사용 빈도가 많아지고 부작용의 염려도 높아지게 됐다.

태반은 태아와 엄마 사이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와 함께 임신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물질들을 생성하는 내분비기관이기도 하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정상여성의 난소에서보다 수십 혹은 수백 배 이상 생산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는 태반의 약리작용은 기원 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의 저술에서 찾아볼 수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의 태반을 일컫는 자하거(紫河車)의 약용작용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근래에는 일본에서 ‘멜스몬’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돼 1956년 후생성에서 허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그 효능이 분명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태반주사 시장의 대부분은 자하거 가수분해물이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녹십자의 ‘라이넥주’만 판매되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제품이 많았으나 2009년부터 실시된 식약처의 의약품 임상 재평가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의원가에서는 피로해소, 노화방지, 탈모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효능은 간기능 개선효과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효과가 구체적으로 인증된 연구결과가 미흡한 수준이다. 효능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는 잘 처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 간 기능 등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태반주사를 맞게 되면 두드러기, 나른함,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치료효과를 증가시키기 위해 여러 영양제 성분을 섞어 칵테일 주사로 맞게 되면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를 ‘성형 공화국’이라고도 표현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주사제만으로 수술만큼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확립된 치료제는 없다는 것이다. 인기와 함께 가려진 부작용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 최근 혼란스러운 매스컴의 광고 아닌 광고에 노출돼 ‘나도 주사 맞아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주사제의 재료로 사용되는 사람 태반의 충분한 수급이 가능한지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최원준 (경상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