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지금 나무가 대세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지금 나무가 대세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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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주를 중심으로 지진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했다. 지진이 끝나고 난 뒤 우후죽순처럼 지진대책은 무엇인가, 지진에 대비한 건물은 잘 지어지고 있는가 등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다가 지금은 잠잠하다. 무엇보다 나무는 화재에 약하고 더구나 지진에는 아주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무는 콘크리트보다 강하고 규모 7.3의 지진과 화재에도 견딜 수 있게 빌딩으로 지어지고 있다. 최근 캐나다 벤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 지어졌다. 높이 53m의 이 건물은 18층짜리 기숙사로 학생 400명이 입주할 건물이다. 토대와 승강기 통로를 제외하고는 건물 대부분이 나무 벽과 기둥으로 지어졌다.

한옥은 오래될수록 고태가 나고 아름답게 바뀌지만 불에 약하다. 그래서 수개 층으로 올라가면 그 강도가 약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높이 100m까지 자라는 미송은 무게가 160t이나 되고 무게로만 따진다 해도 나무가 철강제보다 3.5배나 강하다. 이런 원리로 발전한 것이 목조고층빌딩이다. 1990년대 새로운 목재가공기술이 등장하면서 ‘구조용 면재료’가 개발된 것이다.

구조용 면재료는 나뭇결이 직교하도록 나무판들을 번갈아 쌓은 것으로, 이렇게 만들면 가로와 세로방향의 압력에 모두 강해진다. 더구나 나무판들을 붙일 때 압축을 해서 수분과 공기를 빼면 강도가 25% 정도 더 높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콘크리트의 5분의 1 무게로 같은 강도를 낼 수 있다. 기둥은 구조용 집성재나 평행배열목재로 나뭇결 방향이 같은 나무판들을 여러 겹 붙여 강하게 만들었다. 합성목재를 만들 때 중간중간에 밀도가 낮은 나무를 넣으면 공기층이 생겨 마치 벽 사이에 솜을 넣은 듯 방음과 단열효과도 거둘 수 있다. 요즘 건축재로 많이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 같은 원리다.

나무판을 여러 겹 덧댄 형태의 나무판은 불이 나도 바깥층만 타고 안쪽으로 잘 번지지 않는다. 또 표면은 불에 잘 견디도록 미리 내화코팅도 한다. 이러한 나무는 지진에도 강하다. 지진이 발생해서 땅이 흔들리면 건물은 무게에 비례해 힘을 받는데, 목조빌딩은 철근콘크리트 빌딩보다 훨씬 가벼워 지진피해를 덜 입는다. 이탈리아 임업연구원이 2007년 일본 방재과학연구원에서 합성목재로 만든 7층 목조 건물에 대한 내진실험을 실행한 결과, 1995년 발생한 규모 7.3의 고베지진에 해당하는 충격에도 끄떡없었다.

그뿐인가. 철강이나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철광석이나 석회석을 불로 녹이고 굽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나무는 그럴 염려가 극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즉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결국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미국 예일대 채드 올리버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철근콘크리트 빌딩을 목조 빌딩으로 대체하면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1%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숲은 숲가꾸기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것은 도로 등 가시권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져 숲속은 아직도 빽빽하게 나무들로 들어차 있다. 목조빌딩이 활성화되면 우리의 숲은 보다 더 숲가꾸기가 활성화될 것이고 또 산불도 줄어들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 좋은 정도가 아니다. 실업률도 최고다. 나무 빌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확대된다면 이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지름길이 트일 수 있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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