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
이수기(논설고문)
[경일시론]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
이수기(논설고문)
  • 경남일보
  • 승인 2016.1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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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후 68년간 대한민국을 경영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 1년짜리 내각제 하의 윤보선,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10·26 이후 최규하,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노태우에 이어서 문민을 내세운 김영삼, 국민을 내세운 김대중, 참여를 내세운 노무현, 선진화를 내세운 17대 이명박 대통령, 현재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11명의 대통령을 가졌다.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치욕·불행도 보았고, 본인, 아들, 측근들이 줄줄이 묶여가는 흉한 꼴도 보았다. 헌정사는 대통령 수난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내각제 하의 윤보선, 과도정부 성격의 최규하 두 대통령을 제외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모두가 재임 때나 퇴임 후 이런저런 고초를 겪어야 했다. 현직 박 대통령도 ‘최순실 게이트’로 퇴임 후 존경받기는커녕 구속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입건, 특검을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임기 끝나면 본인·아들·아첨꾼 교도소

특히 경제부흥과 남침 위기를 내세우고, 민주세력을 참혹하게 탄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간 군사독재정권은 중정부장 김재규가 쏜 총탄 앞에서 무너졌다. 뒤이어 군사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노태우는 구속, 징역을 살았다. 군사독재자 박정희의 DNA를 이어받은 딸도 아버지처럼 산업화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최순실 게이트’사태로 하야(下野)·탄핵·퇴진의 압력을 받고 있어 임기 전에 사퇴가 불가피하다. 전직 대통령의 불행이 더는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하야 또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감옥에 가거나, 친인척·측근들의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사회적인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전대미문의 혼군(昏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란 불명예가 불가피한 박 대통령은 본인이 지시하고 협잡꾼들이 아귀(餓鬼)처럼 달라붙은 국정 유린이 나라 전체를 집어삼켜버렸다. 박 대통령의 3차례의 대국민 담화에도 이미 ‘말의 신뢰’를 잃어 ‘일생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긴 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탄핵의 위기에 처했다. 박 대통령은 불통에다 솔직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았다.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책임지겠다는 각오도 없었다. 국회로 공을 넘겨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거세다. 촛불민심에 굴복, 3차 담화에도 탄핵·하야의 시계가 흘러가고 있다. 오는 9일 국회의 탄핵표결 등을 감안하면 마음을 비우고 진실을 고백, 스스로 빨리 하야, 감옥에 가겠다는 정면돌파가 해결책이다.


박 대통령, 전대미문 昏君 불명예

임진왜란 동안에 전시 총사령관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 때 경험한 사실의 기록인 지난날을 반성하는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 같은 자서전을 쓰면서 강연도 다니고, 특사로 세계를 누비면서 퇴임 후 더 존경받는 그런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 우리는 왜 미국 카터 같은 ‘전직 대통령 문화’를 갖지 못하는지, 우리 사회의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냉철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큰일이 있을 때 고견을 내놓을 수 있고, 국민들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적인 과제라고 본다. 문제의 시발점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분권형의 개헌이 시급하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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