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이주민의 집과 수베디 목사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김해 이주민의 집과 수베디 목사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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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철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쉼터에 있는 20명이 이불이 부족해서 잠을 잘 못자요. 쌀도 필요합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 휴대전화 밴드에 김해 이주민의 집을 운영하는 수베디 목사로부터 도움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마침 집에 있었던 터라 이불과 쌀, 반찬거리 몇 가지를 사들고 쉼터를 찾았다.

경남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김해에서 이주민의 집을 운영하는 수베디는 네팔 최고 명문인 트리뷰반대학을 졸업하고 20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우여곡절 끝에 신학을 공부하고 10년 전 김해에 정착하여 인권운동에 뛰어든다.

외국인 신분의 한계로 우리 국적을 취득하고 2013년에는 김해 이주민의 집을 창립하였다. 이곳에서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와 함께 한국어 공부, 의료지원,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까지 펼친다. 필자도 동년배인 수베디와의 인연으로 한동안 주말이면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을 했다.

김해만 해도 2만 명쯤 되는 이주노동자들은 평소 회사에서 외롭게 지내다가 휴일에나마 친구들을 만나 향수를 달래는데, 이곳은 그들의 공동체인 셈이다. 큰돈을 들여 온 한국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몸이라도 다치면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데, 이 작은 공동체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쉼터가 되어 준다.

이 공동체의 다수를 차지하는 네팔인들은 일부의 편견과는 달리 대졸 학력은 예사이고 어려운 경쟁까지 거쳐 입국한 이들이다. 우리 경제성장에 따라 3D 업종의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데려왔고, 이들 덕택에 산업경쟁력이 유지되는 만큼 정당한 대우와 보호가 당연하지만 아직은 그 부족한 틈을 이 공동체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이 우리도 8000명에 이르는 간호사와 광부를 독일로 보낸 적이 있고, 그들이 벌어온 외화로 경제를 일으켰다. ‘교수가 된 광부’라는 책에는 고졸 학력으로 파독광부가 되어 갔다가 독일인들의 도움으로 명문 아헨공대에서 학위를 받아 돌아온 한 교수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만 6000명일 정도로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도 이들을 따뜻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보듬는 태도와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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