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우리의 기술로 해외에 나무를 심는 시대를 맞이하며
박남창 (농학박사·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경일포럼] 우리의 기술로 해외에 나무를 심는 시대를 맞이하며
박남창 (농학박사·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 경남일보
  • 승인 2016.12.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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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린 시절 이맘때면 겨울나기 땔감 마련을 위해 산으로 간 형을 마중하려고 리어카를 끌고 산 입구까지 가곤 했다. 그 시절 우리 산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1960년대까지 황폐화가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1910년 당시 산림축적이 ha당 17㎥였던 것이 해방 후인 1946년에는 9㎥, 한국전쟁 후인 1953년에는 6㎥까지 감소했다. 산림 내 축적이 이러한 지경이었으니 산림 내 하층에서는 연료용(땔감) 나무가 전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0~80년대 범국가적인 노력으로 황폐 산림의 완전 녹화를 위하여 1, 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 체계적인 녹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만ha에 이르는 황폐지에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등 속성·사방(砂防) 수종을 중점적으로 심어 황폐지를 복구했으며, 90년대부터는 우량 목재자원 조성과 산림 경영기반 확충을 위한 기존의 양적 조림에서 경제수 위주의 질적 조림으로 전환했다.

특히 1998년부터는 ‘심는 정책’에서 ‘가꾸는 정책’으로 전환, 숲가꾸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우량목재를 육성하고 숲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2000년대에는 ‘가꾸는 정책’과 ‘누리는 정책’을 병행, 산림의 다양성을 증진할 목적으로 바이오순환림 등 경제림 조성과 기능별 숲가꾸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며, 자연휴양림 등 산림휴양시설의 확충과 도시숲 조성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결과 단기간에 이뤄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산림복원 성공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모델로 삼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스물네 번째 회원국이 됐다.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는 점은 그 의미가 크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과 산림황폐화 문제해결을 위하여 한국의 녹화 성공 경험과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한 지식과 기술의 공유를 기대하는 해외산림자원개발 사업이 앞으로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산림자원개발 사업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조림(산업조림, 탄소배출권조림, 바이오에너지조림), 육림, 벌채 및 임산물 가공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사업은 해외산림자원을 개발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산림자원 공급을 목적으로 2050년까지 100만ha의 면적에 해외조림을 실시해 국내 산림자원 수요를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10년간 35만ha 면적에 해외조림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하는데, 원목, 제재목, 칩 등 목재자원 확보를 위한 산업조림(22만ha), 탄소배출권조림(2만ha), 바이오에너지조림(11만ha)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1993년부터 2015년까지 14개 국가에 34개 업체가 진출, 39만9000ha 면적에 해외조림을 실시했다.

산림녹화를 위한 연구기관에 평생을 몸담았던 필자는 지금의 우리나라 산림 모습과 미래의 해외조림 계획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울리곤 한다. 다가올 통일을 대비해 산림녹화 성공 경험과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북측에 베푼다면 푸른 한반도를 위한 더욱 뜻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남창 (농학박사·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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