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빗물 이야기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돈이 되는 빗물 이야기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2.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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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철
지난달 우포생태교육원 처마 밑에 ‘빗물 저금통’을 설치하였다. 방문객들에게 빗물 활용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작은 안내판도 세웠다. 빗물 저금통이라고 하니 무슨 거창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땅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우수관을 거쳐 큰 통에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는 물통에 불과하다.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여 발자국을 남기고는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빗물 저금통에 담긴 뜻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작은 실천이지만 작게는 물에 대한 관심을, 크게는 지속가능한 문명의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물 중에서도 너무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빗물 이야기를 몇 가지 하고자 한다. ‘빗물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구름주스라고 하여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고, 서울대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병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비는 원래 약한 산성을 띠지만 머리가 빠지도록 만드는 산성비는 없다. 오렌지 주스와 유황온천은 산성비보다 100배쯤 강한 산성이지만 문제가 없다’, ‘빗물을 통에 담아 햇빛만 들지 않게 하면 썩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빗물을 많이 활용할수록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없어 엄청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해수를 담수화하면 3%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버리지만, 빗물은 97%를 사용하고 3%만 버리게 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산성비 공포나 빗물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이런 주장을 펼치는 분은 서울대 한무영 교수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규모 토목공사보다 빗물 활용을 통해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 문명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 현실에서는 다소 역설적이게도 토목공학을 전공한 물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다.

우리 선조들은 오랫동안 빗물을 지혜롭게 활용해 왔다. 제주도에서 빗물을 모으는 항아리인 촘항이나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유명해진 남해 다랭이논은 계단식 빗물 저장시설로 농사에 활용된 사례이다. 이제 하늘에서 쏟아지는 돈이 되는 빗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혜를 모으고 시도할 때이다.
 
권상철(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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