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대통령과 부모교육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경일시론] 대통령과 부모교육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2.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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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째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돼 이제 질서를 잡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고 있고, 우리 모두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이란 온 국민의 어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책임지고 총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온 국민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으니 그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필자는 여기서 이번에 드러난 대통령의 역할부재를 부모교육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부모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제2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어렵고 또 많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부모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잘 성장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 주어야 비로소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더구나 부모는 자녀가 자신이 살아갈 사회환경 속에서 최적의 적응을 할 수 있고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아존중감, 용기, 책임감, 협동심 등을 잘 길러주어야 한다. 부모가 삶의 터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잘해야 하듯이, 자녀가 미래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위한 부모의 이런 노력과 격려는 자녀가 청소년기를 지났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성장과 함께 성인 후기까지 거의 영속적인 관계로 정서적인 유대를 가지면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청년기를 막 끝내고 성인초기 단계로 진입할 무렵 어머니를 잃고 뒤이어 아버지까지 잃는 비운의 시기를 가지게 된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은 자신을 제대로 지원해줄 수 있는 부모역할 체계를 잃어버리게 됐고 아마도 정신적인 멘붕 상태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게 됐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 청년들은 청년후기를 잘 지내고 성인초기에 진입해 부모로부터 격려를 받으며 타인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

이 시기에 많은 어려움과 좌절도 겪지만 그래도 곁에서 자신을 믿고 격려해주는 부모님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숙한 성인기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경우 성인초기 단계에서 부모의 정상적인 지원이나 격려 등이 없이 비선 실세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적인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대통령은 권력의 이용 및 이윤추구 때문에 겉으로만 잘해주는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성인초기의 인격적인 성장이 부재한 상태로 수십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부모들이 자녀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말 한마디의 격려나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대통령의 부모님이 계속 생존해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모두의 성장배경에는 부모라는 존재가 더없이 큰 산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때로는 젊은이들이 그들 부모와의 의견차이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나침반처럼 방향을 잡아가며 부모의 가치관을 녹여가면서 스스로 생활의 키를 조절해가는 것이다.

오늘의 사태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의 격려에 감사함을 가지고, 부모 역시 자녀들의 삶의 도전을 격려해주면서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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