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삼은동
양강석 (청학사랑방 지킴이)
지리산의 삼은동
양강석 (청학사랑방 지킴이)
  • 경남일보
  • 승인 2016.12.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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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석
지리산 청학골에는 속세를 떠나 수양하기 좋은 은거지로 심은동, 고은동, 농은동이라는 세 곳의 쉼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심은동에는 침묵의 호반인 묵계호, 고은동에는 외로운 구름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이 즐겨찾는 고운호, 농은동에는 맏형격인 하동호가 있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을 지닌 청학골의 삼은동(三隱)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에게 더 없이 훌륭한 쉼터로 ‘청학골 힐링 삼총사’라고도 한다.

하동 청암면의 연혁에 따르면 이곳의 옛 이름을 ‘살래향’ 이라 부르다가 ‘시천부곡’(矢川部曲)으로도 불렀다. ‘살래’와 ‘시천’이라는 말은 지리산 삼신봉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화살처럼 빠르게 섬진강을 거쳐 남해를 향하여 흘러간다는 뜻이다. 기록만 남아있는 묵계사의 절터에는 기와의 흔적만 보이지만 원묵계가 나타내는 글자의 뜻처럼 절대 침묵과 묵상하는 은거지로 이름값을 하는 힐링장소다. 겨울철에는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리는 공간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연과 우주와 내가 합일이 되고 새벽녘에 닭우는 소리를 들으면 천상이 따로 없다.

심은동의 회남재는 남명 조식선생께서 악양과 청학동을 거쳐 산청으로 가면서 빼어난 지리산 남쪽 경관에 감탄해 몇번이나 남쪽을 향해 뒤돌아 봤다는 전설이 깃든 준령이다. 삼성궁에서 회남재 너머 악양으로 가는 숲길은 하동알프스 둘레길의 백미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

고운호는 고운 최치원선생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자유로운 영혼을 구름과 비유하는 선생의 뜻이 고운호라고 쓰여진 큰 바위에 잘 새겨져 있다. 이 호수는 백두산 천지처럼 하늘에 있는 연못이다. 푸른 하늘이 호수인 듯 호수가 푸른 하늘인 듯 천지가 한 몸이다.

농은동에서는 신선마을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수가 되면서 청학골에서 가장 큰 하동호를 만든다.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저녁 노을과 동트는 이른 아침 호수에서 피어나 산허리를 감싸도는 안개는 자연이 빚어내는 예술품이다.

철학자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했다.

한 해동안 열심히 일한 보람의 대가로, 또한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인들에게 청학골 삼은동을 다녀가길 권한다. 멈춤의 철학을 배우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산정호수에 비치는 달을 보면서 새해를 설계할 수 있는 여유를 누렸으면 한다.

양강석 (청학사랑방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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