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가 낙엽과 하나둘씩 이별을 고하는 어느 날, 샛노란 거리를 걸었다. 발길에 닿는 예쁘고 앙증맞은 낙엽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산속 오솔길을 걷는 착각을 일으키고 지고지순한 노란 낙엽은 삶에 찌든 내 마음을 노랗게 물들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를 지났을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낙엽의 바람은 또 무엇이었을까.
낙엽은 바랐을 것이다. 나를 밟고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한순간만이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깨끗한 삶을 살기를…. 철 모르고 핀 빨간 장미가 아파트 담벼락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