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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35>홍도와 흑산도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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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9  2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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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전 선생이 위리안치 되었던 유배지.


◇홍도의 진면목인 붉은 기암괴석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홍도(紅島)는 노을이 질 무렵이면 섬 전체의 바위들이 모두 붉게 물들어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붉은 섬, 학창시절에 김동인의 ‘붉은 산’이란 소설을 읽고 막연하게 ‘붉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살아왔다. 어쩌면 그 막연한 그리움과 호기심이 여행을 떠나게 하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후 1시에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출발해서 3시 30분에 홍도에 도착했다. 잠깐 쉴 틈도 없이 바로 유람선을 타고 홍도 일주 관광에 나섰다.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띤 규암질의 바위로 된 홍도, 배가 섬에서 멀어지자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깎아지른 듯한 단애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파도가 거세서 홍도 일주 유람은 못하고 중간쯤에서 돌아와야만 했다. 되돌아올 때 바라본 코끼리바위, 남문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독립문바위 등은 파도와 해풍,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거기에다 석양의 오묘한 빛의 조합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풍경은 탐방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 겸 홍도마을을 구경했다. 우체국, 치안센터, 보건지소, 성당, 교회, 마트, 초등학교, 나이트클럽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 갖추어져 있었다. 마을 주민 500여 명 대부분이 숙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만큼 홍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하면서도 낭만이 머문 섬 풍경을 기대했는데, 말 그대로 휘황찬란한 불빛이 지배하는 도시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 깃대봉 가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도항.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

다음날 아침, 홍도의 해 뜨는 풍경을 보기 위해 양세산 중턱에 있는 일출전망대에 갔다. 바다 건너편에서 떠오르는 태양, 정말 장관이다. 일출만이 장관이 아니라 해가 뜨자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홍도와 먼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대단한 풍경을 연출했다. 추위에 떨면서 길을 더듬어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서 올라갈 때는 어두워서 보지 못한 동백나무숲과 아담하게 지어놓은 당산을 볼 수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고치산의 최고봉인 깃대봉(365m) 트레킹을 했다. 깃대봉 산행은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에서 시작해서 2.5㎞ 정도 되는 거리니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다. 나무데크길로 등에 땀이 조금 날 만큼 올라가자 일몰전망대에 닿았다. 아침 햇살이 퍼져 있는 홍도마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젯밤 요란한 불빛으로 맞이해준 밤의 홍도와는 사뭇 달랐다.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소사나무, 식나무 등 섬에서 자생하는 수종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숲길을 올라가는 걸음마다 등 뒤의 풍경은 점점 새롭게 변모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탐방객들은 탄성을 질러댔다.

 
   
▲ 석양에 붉게 물든 기암괴석.


희귀식물 540여종과 230여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곳이다. 그래서 홍도에 있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반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풍란 자생지로 유명한 홍도지만 길섶에서 풍란을 볼 수 없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 가파른 숲길을 한참 올라 온몸이 땀으로 젖을 무렵, 평탄하면서도 오붓한 길이 나타났다. 이른바 ‘연인의 길’이라고 불리는 오솔길은 정말 낭만적인 느낌이 들었다. 연인의 길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고치산의 정상인 깃대봉이다. 쌓아 놓은 돌탑 위에 표지석을 심은 듯이 올려놓은 모습이 매우 이채로웠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 마치 누에고치를 닮은 듯했다. 그래서 고치산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홍도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점심 무렵 숙소에 도착하자 뜻밖의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서 오후부터 배가 뜨지 않는다는 말에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 더 집을 떠나 있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보다. 아니, 일상의 굴레에서 하루 더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풍랑주의보 덕분에 홍도마을 뒷산인 양세산 트레킹을 하는 행운도 얻었다.

 
   
▲ 깃대봉 가는 길에 있는 ‘연인들의 길’.


◇자산어보의 탄생지 흑산도

홍도에서 흑산도까지는 쾌속선으로 30분 정도 걸렸다. 흑산도에서는 버스투어를 했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작사가 정두수님이 지은 ‘흑산도 아가씨’, 그 내용은 서울을 그리워하는 아가씨를 노래했다기보다 귀양살이하는 사람의 아픔을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흑산도에는 필자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바로 다산 선생의 둘째형인 정약전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사리마을이다. 가수 이미자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를 둘러본 뒤, 흑산도 일주를 하던 중에 버스기사님께 간곡히 부탁을 해서 사리마을에 잠깐 들렀다.

 
   
▲ 홍도 앞바다의 풍경.


도로에서 200m 정도 올라가자 선생이 유배생활했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돌로 쌓아올린 담장과 초가, 참으로 정갈한 모습이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동생 정약용을 보호하려다 멀고먼 흑산도까지 귀양 와서 위리안치의 형벌을 받은 조선의 선비. 이곳에서 장덕순과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어부들을 스승으로 삼아 저술한 ‘자산어보’, 겸손과 애민이 낳은 실용학문이 마침내 선생을 겨레의 스승으로 우뚝 서게 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간신배들은 높은 자리에 있고, 훌륭한 사람들은 왜 그들의 핍박 속에서 살아야하는지 마음이 저려온다. 세상이 흐려서 그런지 타고 오는 쾌속선이 심하게 흔들렸다. 흔들림 속에서 나를 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홍도 앞바다의 풍경
홍도 앞바다의 풍경.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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