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落照) 여행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낙조(落照) 여행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2.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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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실

한 해가 저문다. 이맘때면 나는 낙조 여행을 계획한다. 지는 해 바라보기 좋은 장소를 찾아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다녀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낙조 여행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은근한 재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일출을 보기 위한 여행은 많이들 하지만, 연말에 석양을 찾아보는 발걸음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낙조 여행은 일출 여행처럼 혼잡하지 않아서 좋다.

일출은 희망, 소원, 미래 등 새해를 맞이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멀리 보는 의미가 있지만, 석양은 뒤돌아보는 보는 의미가 많다. 한 해를 반성하고 정리하며 차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왠지 자기 성찰의 진중함에도 잘 빠져든다. 그리고 지는 햇빛은 쓸쓸함마저 묻어나서 고독의 매력이랄까, 그러한 즐거움도 있다. 그래서인지 연초에 일출을 보기 위한 장소에 가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지만 연말 낙조 여행을 가보면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들이 확실히 많다.

낙조는 역시 바다 위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세계 유명한 낙조 관광지 역시 바다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서쪽 바다가 없는 경남은 낙조 관광에는 조금 미흡한 면이 있다. 물론 산허리를 끼고 저물어 가는 석양도 볼만은 하다. 하지만 수평선 낙조에 비할 것은 못 된다. 특히 듬성듬성 피어 있는 구름이 하늘색을 바탕에 물고 붉은 채색을 얹어 놓게 되면 낙조 풍경으로는 더 없이 좋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군무가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이다.

작년에는 시간적인 여유를 찾지 못해 사는 곳 인근의 바닷가에서 이름 모른 섬 너머로 사라지는 낙조를 구경했다. 그러나 올해는 멀리 서해 바다에 제대로 가볼 요량으로 진작에 여행 계획을 세우고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데 불행히도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근심이 많은 지역이라 괜히 눈치 없이 싸돌아다니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된다. 올해 연말은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다.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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