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7 (300)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7 (300)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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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시킨 손님은 제외시켜 놓고 그들은 제 이야기에 고소하게 젖어들어 곁에 누가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나오는 대로 말의 공깃돌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누군들. 그래도 제 딴에는 꽤 머리를 썼어. 아, 말이야 바로 하지 여기 몇 년을 있었다 해도 그런 몫 돈 언니가 줄 수 있어? 줘 봤어?”

“굼벵이가 궁그는 재주가 있더라구 그렇게 둘러 댈 줄 누가 알았어. 그 어수룩해 보이는 게 어디 그런 사기성이 들어 있었을꼬?”

“그거야 말 몇 마디에 넘어간 영감이 바보지 그 여편네 잘못은 없어. 누구 말마따나 이 바닥에 뭘 하러 나왔냐, 돈 벌러 나왔지.”

“그렇지만 난 그런 짓은 못해. 씨받인가 뭔가는 영화에서도 봤지만 우리 옆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참 기똥찰 일 아이가. 그 말 들은 뒤로는 년이 짐승 같은 생각이 들고 징그럽더라.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짐승도 아니고 제 새끼를 돈을 받고 낳아서 넘기냐.”

“첨엔 꼭 그럴 셈은 아녔나 보더만, 아들을 낳았단 소리 듣고 영감이 자주 들락거렸다면서? 그때부터 좀 수상하더라고. 아무튼 일이 좀 괴상하게 된 거야”

무슨 상상을 했는지 한 동안 큭큭 목젖이 짓눌리는 듯 한 웃음을 웃고 난 속눈썹이 양지를 핼끔 곁눈질하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언니 난 첨엔 사실 인식이네가 조개를 줘도 영감이 못 먹지 싶었거든. 그 영감이 어디 힘 쓸 기운이나 있어 뵙디까.”

“그래도 일이 될라카모 뜨물에도 아아 서고 식은 밥에 더운 정 생긴다 안카더나. 나이 칠십에 생남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그렇지만 결과는 그게 아니니까 탈이지. 하긴 언니 말대로 그런가보다 쳐 놓자. 괜한 남의 일로 해골만 복잡하다.”

“그거야 유전자 감식인가 뭔가 그거 해보믄 당장 밝혀질걸 뭐”

“한 사람 좋으면 한 사람 안 좋은 사람도 있는 거 그게 세상인데 인제 와서 따져본들 니한테 덕이 될 끼가 내한테 덕이 될 끼가, 마 모른척하고 언니하고 내하고는 오늘밤에 돈벼락 맞을 궁리나 하자.”

“우리는 남이니까 그렇지만 그 집 딸들이 가만있는지 몰라. 딸도 많이 있고 마누라도 있는 모양이 더만.”

굳이 캐물을 필요도 없이 듣다보니 의문부호로 남아있던 부분의 아버지 이야기였다. 양지는 더욱 시치미를 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영감의 딸이라고 밝히는 순간 대번에 그들은 입을 다물지도 모른다. 대강 흐름을 추측하게 된 양지가 일어서자 타인을 무시하고 자기들만 조잘거린 것이 미안했는지 약간의 정보를 양지에게 전해주었다.

“꼭대기 동네 슈퍼에 가서 인식이네 하면 안답디다. 가 본적은 없지만 그 여자 입으로 들은 소린께 이사 안 갔다면 찾을 수는 있을 거요. 우리가 하는 얘기 들어서 짐작은 하겠지만 굳이 돈 받을 생각으로는 안가는 게 나을 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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