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미세먼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2.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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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철

경남교육청이 얼마 전 교육청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11월 한 달 동안 20개 학교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보고회를 가졌다. 선생님들만 참석하는 소규모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박종훈 교육감이 직접 첫 강사로 나섰다.

경남은 산이 많고 바다도 끼고 있어 미세먼지가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측정치가 126㎍/㎥이 나왔고, 산이 많은 지역이라 걱정 안 될 법한 학교도 84㎍/㎥이 나왔다. WHO의 기준이 하루 평균 25㎍/㎥ 이하임을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수치이다. 교육감은 학교 공기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라 급식의 밥이나 물만큼 중요하다며 조만간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대책 마련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보고회에서는 베이징에서 몇 년을 살았다는 한 분이 베이징의 요즘 하늘을 보여주었다. 3km만 높이 올라가면 파란 하늘에 미세먼지도 한 자리 수인데 사람이 사는 지상은 짙은 스모그로 덮여 550㎍/㎥에 이른 모습이었다. 석탄 난방을 하는 중국은 11월쯤이면 종종 300㎍/㎥을 넘어 2주 전에도 사흘 동안 휴교 조치가 내렸다고 한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수천 개의 건설현장이 폐쇄되며, 고속도로가 문을 닫거나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기도 한단다. 우리는 이미 환경오염으로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이 급증한 처지인데 미세먼지마저 악화되면 미래에 어떤 재앙이 펼쳐질지 베이징 하늘이 보여 주고 있었다.

미세먼지는 먼지가 아니다. 국제암연구소가 벤젠, 석면과 같이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우리 정부도 농도가 10㎍/㎥ 증가할 때 폐암이 9% 증가한다고 밝혔다. 머리카락 굵기의 1/5~1/25 정도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살인 병기인 셈이다. 문제는 교육청의 이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학생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 인식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앞장섰지만, 정작 강력한 규제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은 중앙정부에게 있다.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베이징의 하늘에서 끝날 것 같지 않기에 시급한 대책을 바란다.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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