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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청탁금지법이 초래하는 역효과에 대비해야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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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7  16: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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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질병인 부정청탁과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학교 및 공공기관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 이 법이 우리의 고질적인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경남지역도 부정청탁이 사라지는 큰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떠한 제도나 법도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니 청탁금지법이 주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실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탁금지법의 피해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식당가의 경영난과 화훼산업의 존폐 위기다. 특히 관공서 근처 식당가에서 경영난을 더 심각하게 받는 것 같다. 스승의 날 교사에게 카네이션 꽃을 선물하는 것도 청탁에 해당된다는 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 때문에 화훼산업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에 소재하는 화훼농가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각종 농산물 및 수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어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가능한 빨리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청탁금지법의 역효과는 경남지역만이 아니라 한국 전체에 영향을 주는 문제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에서 먼 지역일수록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역효과가 등장했다. 청탁금지법은 고급정보나 새로운 지식이 전국 곳곳에 신속하게 널리 퍼지는 것을 더디게 만들거나 아예 순환을 막을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의 출장 횟수 및 특강료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법이 발효된 이후로 고급정보와 지식을 가진 서울 및 수도권 공무원과 국립대 교수들이 특강하러 멀리 출장 가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에 소재하는 모 대학에서 지난 10월 중 대학교육에 관한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준비했으나 결국 실패한 일이 있었다. 특강하기로 한 강사가 교육공무원 출신의 교수이었는데 그가 청탁금지법 때문에 출장을 올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례는 경남지역의 대학교, 교육청, 일선 학교도 중요한 행사를 개최할 때 수도권에 거주하는 교육공무원이나 국립대 교수를 강사로 초빙하기 어렵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공무원이나 국립대 교수가 경남지역에 특강하러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소요시간 대비 강의료가 너무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2시간짜리 특강을 한 사람과 동일한 내용을 2시간 동안 경남지역에서 특강한 사람이 받는 강의료와 투자한 시간을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받는 강의료는 똑같지만, 이들이 투자하는 시간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진주에 와서 2시간 특강한 공무원은 수원에 가서 2시간 특강한 공무원에 비해 오가는 동안에 적어도 네 배나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그 결과 고급지식과 정보를 가진 서울 및 수도권 거주 공무원과 국립대 교수는 서울 근교에서만 특강을 하려고 할 것이고 경남지역은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 때 공무원과 국립대 교수의 출장 빈도가 줄어들어 청탁금지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남지역 주민은 고급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경남지역은 정보화 사회의 첫걸음인 지식공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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