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사는 현대인들
중세를 사는 현대인들
  • 박도준
  • 승인 2016.12.2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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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준(편집부장)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다고 했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자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소비가 바닥을 치고 있다. AI바이러스는 70℃ 이상 온도에서 30분, 75℃ 이상 온도에서 5분간 조리하면 모두 죽기 때문에 익혀서 먹으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데도 말이다.

▶현대를 살면서 중세를 사는 현대인들이다. AI는 페스트와 한센병, 천연두, 매독, 콜레라, 말라리아 등과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 AI보다 더 무서운 건 ‘나도 걸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반쯤 아는 의학상식, 근거 없는 헛소문, 헛소문에 주눅이 든 두려움이다.

▶중세인들은 전염병이 창궐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 휩싸였다. 의학지식이 거의 없었던 사람들은 그 원인을 초현실적인 곳에서 찾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유행하자 사람들은 ‘신이 내린 천벌’이라며 이교도를 학대했다. 11세기부터 14세기까지 사람들은 나환자를 ‘사냥’하듯이 수용소로 몰아넣거나 거리에서 학살했다. 나병에 대한 잘못된 개념은 계몽주의가 퍼지던 시기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참 이상한 건 닭값은 깨진 독에 물 새듯 내리는데 치느님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이번달 치킨집 매출은 엄청 늘었다 한다. 어느 브랜드는 지난해보다 64%까지. 죽어나는 건 가금류 농장들이다. 익혀서 먹으면 인체에 해가 없음으로 중세인들처럼 두려워 말고 오늘 닭도리탕이나 백숙을 해 먹어보자.
 
박도준(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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