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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1> 경남 거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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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8  03: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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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서북부의 내륙 산간지방인 거창은 덕유산국립공원을 경계로 경북과 전북에 접하고, 동서남북으로 의상봉 비계산 기백산 금원산 보록산 철마산 덕유산 월봉산 수도산 등이 솟아 비교적 낮은 들로 둘러싸인 산간분지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일교차가 커서 색깔이 좋고 당도가 높은 거창사과를 비롯하여 포도 딸기 오미자 복분자 산채류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다. 거창읍 서편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거열산성은 가야 세력에 의하여 처음 쌓았지만, 삼국통일전쟁 때 백제의 충신열사와 의용군들이 나라를 재건하려고 신라와 싸우다가 700여 명이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라,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한 선조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며 거창투어를 통하여 그 정신을 일깨워보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33번 국도와 24번 국도를 이어 달리다가 1099번 지방도로 접어들어 백두산 천지온천을 찾았다. 일명 가조온천이라고도 하는 백두산 천지온천은 수온 26.5℃에 강알칼리성(PH9.7)인 단순천으로 물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국내 어느 곳보다 수질이 좋다. 주변에 비계산 우두산 오도산 등의 1000m급 명산들이 있어 미녀봉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산행으로 정신과 체력을 단련한 후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다음은 바로 옆 가조 석강리 생초마을로 벽화탐방을 간다. 가조 생초마을에 우륵의 생가가 있어 군에서는 우륵프로젝트를 만들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생초마을을 우륵마을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마을 어른들의 설명에 의하여 악성 우륵이 이곳에서 출생했다는 근거를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생초마을이 가야국 중의 하나일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는데, 여러 학자들의 연구와 실사에 의하여 우륵의 출생지로 주장하는 여러 곳 중 여기 생초마을이 우륵의 출생지에 가장 가깝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륵마을로 변해가는 생초마을 벽화탐방으로 마을담이 우륵과 관련한 백화로 채워지는 것이 정겹고 좋았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먼 길을 달려 온천욕을 하고 우륵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장기가 밀려와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휴게소식당을 찾았다. 수능 수험생이 수험표를 제시하면 모든 식사 메뉴 중 1회에 한하여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면서, 휴게소 관계자는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지만 학창시절 동안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의 그간 노력을 격려하는 뜻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콩가스와 채식라면이 눈에 띄어서 먹어 보았는데, 이제 콩고기나 밀고기도 육고기에 뒤지지 않는 맛을 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콩고기는 부드럽고 두께도 적당하며 깨끗한 기름에 튀긴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튀김옷도 깔끔하고 고소하다.

 
   
 


휴게소에서 잘 보이는 미녀봉에는 이런 전설도 있다. 먼 옛날 어느 마을에 효심이 깊은 예쁜 처녀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느 날 의원이 찾아와 절망산에 가면 용한 약초가 있으며 그 약초를 어머니가 드시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어머니의 병을 고칠 일념으로 산에 올라 뱀에 물려가면서 약초를 캐 어머니가 드시게 하고 뱀의 독이 온몸에 퍼져 죽자, 효심이 지극한 처녀를 가련히 여긴 산신이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 그대로 만든 산이 미녀봉이라 한다. 잘 다듬어진 이마, 세련된 화장술로 그려낸 듯한 눈썹, 오똑한 코, 힘겨워 헤 벌리고 있는 입, 봉긋 달덩이처럼 솟아오른 젖가슴, 아이를 잉태한 듯한 볼록한 배 등의 산봉우리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답고 고운 여인 형상을 빚고 있다.

이제 미녀를 뒤로하고 벽화가 그려진 옛 무덤으로 간다. 고분벽화하면 누구나 고구려의 고분들을 떠올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들 수 있는 하나가 둔마리 벽화고분이다. 고구려 고분의 벽화들이 세련되고 다채로우며 강렬하다면, 머리에 화관을 쓰고 손에 지물을 들거나 춤추는 듯한 형상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둔마리 벽화고분의 존재는 1971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미 도굴꾼들의 손길이 한차례 휩쓸고 간 그해 11월에 향토 역사유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최남식 김태순이 관계기관에 알렸고, 소식을 접한 고고학자 김원룡, 문화재연구실장 김정기 두 사람이 내려와 현지조사를 한 뒤 이 무덤이 고려시대의 벽화고분임을 확인해 주었다.

둔마리 벽화고분은 피장자의 신분 등을 알 수 없으나 그 당시 회화사 및 복식연구에 귀중한 자료임을 확인하며 좁고 구불구불한 낙엽 길을 내려와 거창복합문화단지로 간다. 단지 내에서 우리나라 최대 야외 연극페스티벌로 성장해 거창의 상징적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 거창국제연극제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문화복지 인프라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문화관련 시설의 집적화로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 및 공간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군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어 보물 제378호이며 인근의 건흥사에서 모시던 보살상으로 추정되는 상림리 석조보살입상을 잠시 둘러보고 거열산성군립공원으로 간다. 거열산성에는 삼국시대 때 축조된 길이 2.1km, 폭 7m의 산성이 부분적으로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거창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공원 내에는 고색창연한 건계정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울창한 혼합림, 푸른 강물의 유유함 등으로 기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거열산성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모처럼 건계정에서 먹었던 옛날 음식이 생각나면서 시장기가 밀려온다. 손님 없는 한적한 시간에 해물찜닭을 주문하고 자리하니, 고추된장무침 도토리묵 양파장아찌 김치 등의 기본 찬이 차려진 후 메인인 해물찜닭이 등장했다. 해물찜닭에는 닭고기에 게 새우 홍합 목이버섯 감자 떡볶이 등의 푸짐한 내용물이 매콤한 양념으로 잘 어우러져 입맛을 당긴다. 다 먹어 배가 산봉우리 같아졌지만, 볶음밥도 청하여 밥 한 공기 볶은 것을 깨끗이 정리한 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수승대로 향한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구연서당을 건립하고 후학을 양성했던 곳으로, 이곳에 있는 바위모양이 거북을 닮았다 하여 암구대 구연동 혹은 수송대라 불렸는데, 1543년 퇴계 이황이 안의현 삼동을 유람차 왔다가 신권을 만나기로 했으나, 임금의 부름을 받고 급히 올라가면서 ‘근심 어린 마음으로 보낸다’(愁送)란 뜻이 아름답지 못하다 하여 수승대로 고칠 것을 권하는 오언율시를 남겨 요수가 답시를 보내고 바위에 새겨 그때부터 수승대라 했단다. 수승대를 떠나 바로 옆의 황산마을로 가 18세기 중엽 황고 신수이가 입향하면서 번성한 거창신씨 마을의 전통고가와 활처럼 휘어진 전통 담장길의 벽화까지 매우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을 가슴에 담고 거창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거열산성
 
 
둔마리 고분 벽화
 
둔마리 벽화고분
 
미녀봉
 
백두산 천지 온천
 
볶음밥
 
상림리 석조보살입상
 
생초마을 벽화
 
생초마을 벽화2
 
생초마을 벽화3
 
수승대
 
수승대2
 
콩가스와 채식라면
 
해물찜닭
 
해물찜닭과 볶음밥
 
황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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