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인 안되겠니”
“술 없인 안되겠니”
  • 김송이
  • 승인 2016.12.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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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기자
김송이기자
수습 딱지를 떼고 교육부에 막 투입됐을 때 일이다. 퇴근 무렵 받은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중년 여성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소리였다. 자녀가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가 강요하는 술에 만취가 됐고, 그 상태로 게임을 하다 넘어져 부상했다는 것이었다.

해당 대학은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로 여론에 뭇매를 맞은 바 있었다. 여전히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였기에 바로 취재를 시작했다.

처음엔 무엇이든 알려주겠노라 했던 학생이 기자임을 밝히자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고, 더는 그런 학교가 아니라며 되레 큰소리를 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일부 학과에서는 선후배 간 친목을 다지는데 ‘술’을 주요한 매개로 여기며 사발주, 벌주 등 다양한 형태로 후배에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상을 보호해 달라던 학생 하나는 신입생 환영회 이후 술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선후배가 빨리 친해지기 위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술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 않으냐며 호소했다.

벌써 5개월이 지난 취재 후기를 다시 꺼낸 덴 이유가 있다. 최근 대학별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예비 대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 서로 대학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군기’나 ‘술 강요’ 등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벌써부터 대학내 술 강권 문화에 벌벌 떨고 있다.

2017년 새해엔 우리 청춘이 ‘술 먹자’는 말보다 ‘너와 친해지고 싶어’라는 말을 좀 더 쉬이 할 수 있길 바란다.

진심이란 ‘술’ 없이도 얼마든지 전달될 수 있다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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