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김영란법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강민국 (경남도의원)
[의정칼럼] 김영란법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강민국 (경남도의원)
  • 경남일보
  • 승인 2016.12.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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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특히 두 여자가 나라를 흔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순실로 시작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현재진행형이다. 또 한 사람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시작된 ‘김영란법’의 사회적 파장이다. 시중에서는 한국의 4대 대란으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동란 그리고 김영란’이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회자된다. 그만큼 김영란법의 부작용은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가져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김영란법’은 공교롭게도 묘한 상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최순실 집안의 수 조원대 부정재산 축적이나 대통령과 청와대가 최씨 관련 민간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놓고 3일 만에 800억에 가까운 성금(?)을 강제하는 동안 국민들에게는 식사접대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한계 설정을 시켜놓고 그 안에서 법을 잘 준수하라고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이들 권력자들에게 ‘김영란법’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지도 의문이지만 이 법 시행 이전에도 형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수많은 법이 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이 법들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란 악당이 나온다. ‘잡아 늘이는 자’란 뜻을 가진 프로크루스테스는 포세이돈의 아들로 아테네 인근 케피소스 강가에서 살았다. 이곳에 그는 여인숙을 차려 놓고 손님이 들어오면 집안에 있는 쇠침대에 눕혔다. 키가 큰 사람에게는 작은 침대를 내주고 작은 사람에게는 큰 침대를 내주면서 키가 침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은 마르크스가 헤겔의 관념론적 사유방식을 비꼬면서부터 널리 인용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신의 원칙이나 기준만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폭력적이거나 극도로 융통성이 부족한 태도나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등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 됐다.

동·서양의 오랜 역사에서 그 시대에 적용됐던 법률이나 사상, 이데올로기 등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 것이 많았다. 당대의 절대 권력자들은 피지배자들을 다스리기 위해 엄한 법률을 만들고 그 법률을 받쳐주는 사상과 철학을 주입하는 교육을 시키고 그에 맞는 행동의 준칙들이 시대의 고양한 표상인 양 선전선동해 왔다.

반대로 통치자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규범이나 법률에 따르지 않으면 엄청난 제재와 위해를 가하는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태도로 돌변한다는 점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고착화돼가고 있다는 현 21세기에도 소수 기득권자들이 원하는 일방통행식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해도 시행과정에서 부작용이 크다면 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도 하나의 중요한 책무이다. 입법 목적이 국가와 국민의 번영과 안정에 정당성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란법’이 또 하나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안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강민국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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