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8 (30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8 (304)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9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8 (304)

“그래 알았다, 이년아. 지는 엔간히 잘난 줄 알지. 지도 남한테 서방 뺏긴 년이”

“그래 임마, 과부 생각은 과부가 해주고 홀애비 생각은 홀애비가 해준다꼬 옛말 틀린데 있더나.”

약간 퇴폐스럽게 주고받던 깐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정색을 한 채 정신 차리라고 당부를 한 여자가 샛골목으로 사라지자 한동안 어깨를 들썩거리며 주기를 뿜어내고 있던 인식엄마가 결연한 몸짓으로 허리를 꼿꼿이 폈다. 곁에 누가 있을 때와는 딴판인 의연한 동작이었다.

여자의 뜻 아니한 동작을 지켜보며 여자가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 골목으로 양지도 뒤를 따랐다. 뒤를 돌아보는 법도 없이 여자는 걸어갔다. 친구의 부축을 받고 올 때와는 딴판으로 아주 천연스럽게 걸음이 올바르다.

“인식이 어머니”

인가가 뜸해지는 곳까지 온 양지는 앞서가는 여자를 불렀다. 작달막하게 주저앉아있는 집들 중 어느 곳으로 여자가 선뜻 들어가 버리는 날에는 흔적 없이 놓쳐버릴 것 같은 조급증도 있었다.

자기 이름을 불린 여자는 뜻밖으로 낯선 양지를 보고는 잘못들은 것으로 여기는지 다시 길을 잡았다.

“인식 엄마, 저 좀 봐요.”

“내 말입니꺼?”

여자가 눈을 가느다랗게 만들며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주기가 되살아 난 듯 떨리는 몸을 가누며 벽을 짚는 것이 무척 엄살스러워졌다. 양지는 핏덩이를 내팽개친 야멸찬 모성에 대한 분노로 뺨따귀라도 갈겨주고 싶었던, 길을 나설 때의 감정을 곧추 세웠다. 마주 서니 양지보다 여자의 키가 더 작았다.

“당신이 그러고도 어미냐? 아무리 세상이 더럽게 변했다지만-. 넌 인간도 아니야!”

양지는 퉁퉁 불어있을지도 모르는 여자의 젖가슴을 일부러 힘껏 밀었다. 엉겁결에 양지가 밀어붙인 라면과 과자가 든 꾸러미를 끌어안고 여자는 벌렁 뒤로 주저앉았다.

“와, 와, 이라는기요?”

졸지에 당한 완력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여자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는 여자의 눈길에 얼른 긴장감이 들었다.

“자식이 어디 물건이냐? 너는 자식을 생산품으로 판매하는 기계야?”

비로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게 된 모양, 뜻밖에도 여자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자의 벌겋게 핏발 선 눈이 양지를 향해 치떠졌다. 쫑긋해진 입술이 볼까지 바르르 떨렸다.

“그래, 나는 자식새끼를 돈하고 바꽜다. 니는 누고, 얼매나 잘난 년이 길래 남으 아픈 가슴을 그리 쑤시고 드노?”

양지는 어이가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