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분식점, 요새 뭐가 맛있니?
학교 앞 분식점, 요새 뭐가 맛있니?
  • 김지원
  • 승인 2016.12.27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스트와 치느님의 시대에도 떡볶이 인기는 여전
▲ 삼현여고 2학년 구종은(왼쪽), 김수빈 학생은 1등 분식점으로 우리분식을 꼽았다.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재료가 떨어지면 못먹는다는 김밥을 먹으러 달려온다는 학교앞 우리분식. 가깝고 싸고 친절해서 자주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진주지역 2곳의 여고 앞으로 학교앞 분식점 선호도를 묻는 설문지를 보냈다. 200장의 설문지에는 개성 넘치는 신세대 청소년들의 답변으로 몰표를 얻는 후보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양상을 드러냈다. ‘김떡순’이 안정적인 순위권을 형성하리라는 예상은 시대착오. 토스트가 당당히 2위권을 형성했고, 붕어빵, 닭꼬치의 난입 속에 김밥과 오뎅이 간신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김밥의 순위변동에는 특히 개성파 응답의 영향이 컸는데 김밥, 꼬마김밥, 삼각김밥은 물론 치즈김밥, 참치김밥으로 갈라져버린 개취(개인취향)의 반란이었다. 혼돈의 와중에도 굳건히 1위를 지켜낸 떡볶이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학교앞 분식점 대표메뉴가 아닐런지...

삼현여고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식점은 우리분식과 석봉토스트. 전통적인 분식메뉴를 선보이는 우리분식과 토스트메뉴가 주종목인 석봉토스트, 이 시대 청춘들의 간식은 이미 경계를 넘어섰다. 선호메뉴에 치킨과 닭꼬치가 눈에 띄고 치킨마요덮밥과 딸기빙수까지 개인의 취향은 구세대의 상상을 초월했다.

눈길을 진주여고로 돌려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압도적 1위 떡볶이를 제외하고는 붕어빵, 핫도그, 꼬마김밥, 치즈치킨이 엇비슷하게 손꼽힌 가운데 아이스크림, 비요뜨, 요구르트 같은 편의점 메뉴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전통적인 분식점이 장수를 누리고 있는 진주여고 앞은 국수, 김치돌솥밥, 볶음밥 같은 한끼 식사메뉴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진주여고 앞 ‘죽여주는 열꼬치’와 삼현여고 앞 ‘옛날통닭’ 닭꼬치도 하교길이나 저녁시간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인기있는 치킨 메뉴로 자리잡았다. 치느님은 언제나 옳으니까.

 
▲ 매콤한 떡볶이는 시대를 초월한 인기메뉴로 떠올랐다. 먹기좋은 꼬마김밥도 여고생들에게 인기만점.


토스트를 1위로 꼽은 2명에게 바람맞고 삼현여고 2학년 구종은씨와 김수빈씨 두 명만 우리분식에서 만났다. 마침 학교축제일이라 하교길이 유난히 흥겨웠던 27일 저녁이었다. ‘오늘은 맛이 별론데’ 라며 떡볶이 접시를 내려놓은 사장님의 겸손과 달리 깔끔한 매운 맛에 정갈한 국물까지 챙겨주는 우리분식 떡볶이는 학생들에게 인기메뉴다. ‘가깝고, 맛있고, 친절해서’ 우리분식을 즐겨찾는다는 18세 여고생들의 똑부러진 평가처럼 가게 안 테이블은 금새 가득찼다. 편의점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한 분식점 사랑에 대한 응답은 “직접 만들어주는 포근한 맛이 든든하다”는 여고생다운 답변에 이어 액상과당을 사용하는 편의점 가공식품은 포만감을 쉽게 주지 않는다는 이과생다운 분석을 덧붙였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물 한통도 사먹어야 하는 편의점에 비해 비슷한 금액으로 분식점이 훨씬 푸짐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알뜰한 씀씀이를 자랑했다.


학교앞 편의점 3곳 중 가장 가까운 곳이 이용도가 낮은 이유로 매장이 넓고 싼 곳을 즐겨찾는 반면 좁고 가격이 비교적 비싸 급할 때만 이용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치킨 장사를 하다가 꼬마김밥집으로 바꾼지 1년이 되었다는 진주여고 앞 인기분식점 사장님은 아담한 사이즈의 김밥에 겨자장을 곁들인 메뉴로 학생들 뿐 아니라 단체주문도 끊이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설문조사 응답지를 들여다보니 야자와 학원 등 공부스타일도 제각각인 요즘 추세에 맞게 대부분 혼자서 분식점을 이용하는 편이었고 버스로 10분 이상 떨어진 분식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급식으로 주식을 해결하는 세대라 대부분 일주일에 1~2번 분식점을 이용하고 2~3회 이용한다는 응답이 2위, 드물게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양 학교 모두 분식점을 전혀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김지원 미디어기자

▲ 학교 앞 분식점 선호도조사 12월13~20일
대상 : 진주여고 1·2학년 100명, 삼현여고 1·2학년 100명
인터뷰 : 구종은·김수빈(삼현여고 2학년)
취재협조 : 진주여고 이춘로 교무부장선생님, 삼현여고 이진호 인성안전부장 선생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