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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정유년 벽두에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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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4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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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부터 어두운 과거사를 뒤돌아보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올해가 정유년,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난지 420년, 60갑자로 일곱 번째 맞이하는 해이다. 1592년 임진년에 발발한 왜군의 침략은 정유재란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지역은 그 전쟁의 중심에 있었고, 두번의 대첩에서 한번은 크게 이겼고 한번은 6만의 민·관·군이 모두 살육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았다.

아픈 역사는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지금도 일본의 쿄토성 토요쿠니신사 부근에는 전쟁으로 희생된 우리의 민·관·군과 명나라 군사들의 귀(코)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논공행상을 위해 사살된 조선인의 코나 귀를 염장하여 보내도록 지시해 모아둔 것이다. 그 수가 무려 16만개에 이르니 지금도 억울한 영령들이 구천을 헤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총이라는 신무기를 앞세운 왜군에 활과 진천뢰, 끓는 물과 돌로 맞서서도 불과 3800명의 군사로 2만의 왜군을 물리치는 대성을 거둔 전과이고, 이듬해 벌어진 2차 전쟁에서는 정치의 혼란으로 모든 군·관·민이 전사했다는 점이다. 원군이었던 명군은 회담을 이유로 전의를 상실하였고 우리도 김천일, 황진, 최경회 등 의병이 합류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1차 대첩의 패배를 의식, ‘무릇 살아있는 것은 모조리 살육하라’는 엄명으로 군사들을 독려했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그때 그 전쟁을 되새겨보면 전쟁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토요토미는 그해 병이 깊어 사망하고 정권도 도쿠카와에게로 넘어간다. 명나라도 북쪽의 여진족에게 눌려 청나라로 정권이 바뀌었다. 조선은 전쟁으로 신무기가 발달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나 7년 전쟁으로 피폐해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그럼에도 역사의 교훈을 외면한 듯 지금의 동북아는 신패권주의와 핵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420년 만에 ‘정유재재란’을 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청문회와 탄핵, 조기대선으로 420년 전 만큼이나 어지럽다.

불확실성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으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잠룡들은 정권욕에 불타고 있으나 이러한 누란의 위기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탓인지 자신의 안보와 외교관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여부 판결에만 귀기울인 채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며 세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는 트럼피즘과 푸틴의 미국과의 친소관계에따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지형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정상외교가 무너져 외교마저 공백상태인데 사분오열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해야 한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은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고 자신의 비전을 밝혀야 한다. 정당들도 외교와 안보에 관해서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은 어둡지만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안정을 주는 최소한의 의무이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남강, 적장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던 논개의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순국정신이 깃든 그 자리에서 올해도 10월 축제는 열릴 것이다. 축제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올해만큼은 10월 축제의 정체성을 새겨보자. 곽재우, 김시민, 김천일, 정일홍, 김면, 조종도, 곽준, 권응수, 황진, 최경회 등 애국심으로 불탔던 장수들도 기념하고 쿄토에 있는 귀무덤도 상기하자. 그래서 불꽃과 화려한 유등에 숨어 있는 처절했던 전쟁을 잊지 말고 직면해 있는 국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모으자.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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