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기초지방의회 제도의 현주소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일포럼] 기초지방의회 제도의 현주소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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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본 종합계획서는 2018년까지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자치구·군 의회를 전면 폐지하고,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위원회는 이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행정자치부가 관련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그동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좋은 방침을 천명한 지 2년이 지난 후, 그 경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런 와중에 근래까지도 기초지방의회 의장단 선거가 곳곳에서 일명 ‘나눠먹기 짬짜미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심지어 예산·결산승인권과 행정사무감사권 등을 무기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는 등 기초지방의회가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외형적으론 행정운영시스템, 각종 주요 시책과 관련한 문제 제기와 반박에 따른 논란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방의원 개인의 욕심이나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 및 의장선거의 전리품 나눠주기에 함몰됐다는 고질적인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기초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핵심축의 하나로서 일선 지자체의 효율적 행정과 주민의 권익신장 및 복리 제고를 위해 부여된 책무를 다해 지자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기초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무려 2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견제기구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오히려 갈등과 대립 및 미성숙으로 인한 혈세낭비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등 기초지방의회 무용론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매우 냉소적이다. 기초지방의회의 환골탈태를 20년간 기다려 주었음에도 그 진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과감히 이를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극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도 이러한 실태를 인식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제도개선에 나서긴 했지만 막판에는 국회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형국이 반복돼 왔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주요 여야 후보들이 함께 약속했던 기초지방의회 관련 공약을 2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슬그머니 거둬들인 바 있다. 주요 공약조차 이행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는 점점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초지방의회 관련 사안은 오랫동안 쟁점이 돼 왔고 지난 대선 이후 특별한 조건의 변화나 재원이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이미 실행됐어야 했다. 요즘도 기초지방의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광장촛불의 민심이 정치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제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작금은, 기초지방의회 제도도 폐지든 개선이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2018년 선거 실시 이전까지 결론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막상 지방선거가 다가왔을 때는 정당간의 당리당략이나 시간상의 제약으로 개정작업이 불가능하므로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보면, 먼저 기초지방의회를 전면 폐지하면서 그 기능을 광역지방의회로 대체시켜 광역의원 수를 늘리도록 하고, 만약 사안의 성격상 폐지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으로 기초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거나 다시 무급제로 회귀시키는 안이 있다. 기초지방의회 관련 제도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가 이번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을 도출해냄으로써 한층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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