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남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 설립 제언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아침논단] 남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 설립 제언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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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정유년은 닭띠 해이다. 닭은 많은 알을 품기 때문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새벽을 깨우기 때문에 부지런함과 성실을 상징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닭띠 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로 인하여 12월 31일 현재 2830만 8000여 마리, 역대 가장 많은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미증유의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이어서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하는 전염병을 말한다. 사스(2002~2003), 신종플루(2009), 에볼라(2014~2015), 메르스(2015), 지카(2016) 등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인간에 감염될 수 있는 감염성 질병의 약 60%가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종류도 무려 300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일단 발병하면 경제적ㆍ사회적ㆍ공중보건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일례로 1918년 5억 명이 감염되어 50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이 대표적이다. 현대로 올수록 새로운 병원체의 출현과 전파방식의 다양성, 치료제에 대한 내성 증가 및 예방백신 개발의 어려움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대책 마련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은 무분별한 환경 개발을 통해 야생동물과 접촉이 빈번해진 것이 첫 번째로 꼽힌다. 또한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가축 사육으로 인해 사육되는 가축의 전염병에 대한 방어력 저하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도시화와 인구증가, 항공여행 활성화 등 인수공통감염병의 신속한 전파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를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하여 사람-동물-환경 전반에 걸친 원헬스(One Health) 관점의 정책적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하여 국가방역체계와 연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R&D 강화, 전문인력 양성, 국가방역체계 강화는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센터를 운영하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원광대와 전북대에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소’를 각각 익산에 설립했다. 하지만 소수의 연구센터로는 급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연구와 인력양성, 긴급 방역, 항구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이론적 토대 제공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폭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편중적인 설립보다는 신속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는 핵심 거점 지역에 설립하는 것이 필수적인 사안임은 자명하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한 해에 1200만 명이 이용하는 김해공항(2015년 기준), 국내 최대의 물류기지로 손꼽히는 양산내륙컨테이너기지,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 등이 있는 남부권은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기지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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