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깨어 일어나 새벽을 창조하자
김중위(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경일포럼] 깨어 일어나 새벽을 창조하자
김중위(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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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정유년이다.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1597)이 있었던 해요, 간지(干支)로는 닭의 해다. 정유재란은 임란 중에 일본과 명나라가 조선을 분할점령하려다가 이것이 뜻대로 안되자 일본이 재차 침략해 온 것을 말한다. 이때의 간난(艱難)을 상기하면서 금년 새해에는 새로운 다짐을 해보자는 뜻으로 닭 얘기를 하고 싶다.

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간 신묘하게 생기지 않았다. 시골 토담 위에 올라 고개를 높이 들고 주변을 살피는 장닭의 모습을 보면 의연하고 당당함이 어떤 다른 가축보다도 더 위엄이 넘쳐 보인다. 그 울음소리로 새벽을 깨우고 매일 낳는 계란으로 사람들의 밥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보면 인간이 닭을 만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육사(이원록)는 그의 시 <광야>에서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서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고 읊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닭울음소리를 통해 하늘이 열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일본의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가 하늘 동굴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그가 나와야 할 때를 일깨워 준 것이 닭의 울음소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닭을 신의 사자로까지 여기고 있다고 한다(최박광). 사람이 닭을 만나 새벽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닭이 새벽의 상징인 것만은 사실이다.

닭의 이러한 상징성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유교문화를 중심으로 한 동양에서는 닭의 볏과 울림을 보고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각하였다. 닭의 머리에 있는 볏을 관(冠:官)으로 본 것이다.옛 선인들은 닭의 습성이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오덕(五德)을 풀어내기도 했다. 닭의 볏을 보고 문(文)이라 했다. 옛날에는 관직에 나아가려면 시문에 뛰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을 보고는 무(武) 즉 용맹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리고 장닭이 적을 만나면 발톱을 세워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을 보고는 용(勇)이라 했다. 게다가 장닭은 먹이를 발견하면 처자를 불러 그 모이를 먹게 하는 것을 보고 인(仁)이라 했다. 끝으로 언제 닭이 인간에게 새벽이 온 것을 알려주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새벽이면 어김없이 닭 울음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것을 보고 이를 신(信)이라 하였다.

기독교가 보편화되어 있는 서양에서는 닭이 가지는 의미가 보다 독특하다. 그것은 예수의 수난과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죽는 한이 있어도 모른다고 하지 않겠다”던 예수의 첫 번째 수제자 베드로가 예수가 이미 예언한 대로 예수의 수난현장에서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다고 하는 순간 닭이 울었다. 이 경험은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여간 뼈아픈 체험이 아니었다. 이런 체험이 바로 서양지역 각 곳의 성당 종탑에 철로 된 닭 조각품이 걸려있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언제 새벽이 올지 모르니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도 될 것이요, 새벽이 되면 울어야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언제 재림할는지 알 수 없는 예수를 위해 항상 깨어있으라는 뜻으로도 또 어쩌면 매일 매일 새벽을 맞이하면서 회개하고 부활하라는 뜻으로도 닭을 상징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모두 함께 “깨어 일어나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벽을 창조해보자”고 외쳐 보고 싶은 것이다.
 
김중위(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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