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연중에 올라가는 것만 좋아하고 내려가는 것을 싫어하게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모든 사람들이 다 오르기만 하면 세상이 어찌 될 것인가. 풍선이 가벼운 공기를 제 몸 속에 넣고 두둥실 날아오를 때야 좋지만 세상 일이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닐 터.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데 때와 장소를 제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한 채 정처 없이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그러나 오르는 것만 알고, 내려오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내려오는 일이 괴로운 일일밖에 없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더 올라간 사람은 내려올 길이 멀고 덜 올라간 사람은 내려올 길이 가깝다. 따져보면 마지막은 항상 공평하다. 죽어 저승에 갔을 때, 염라대왕은 망자에게 무엇을 따질까.
언젠가 어린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묻고, 칭기즈칸이란 이름이 나오기에 그 답을 한 학생에게 또 물은 적이 있다. 즉 칭기즈칸이 천당 갔겠냐 지옥 갔겠냐 하는 것이었는데, 답은 좀 시간을 두고 어렵게 나왔다. 지옥 갔겠다고 하는 것이다. 저는 높게 되었지만 그 높은 높이를 위해 희생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그 비밀을 아직 철이 들지도 않은 어린 학생이 조금의 궁리 후에 간파해 낸 것이다.
작고하신 심호택 시인의 ‘똥지게’란 시가 있다. 우리 어머니가 나를 잘못 가르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일꾼에게 똥지게 지는 일 시켜 놓고 공부 안 하면 똥지게 지게 된다고 말한 것이라는 점을 술회하는 시이다. 세상에는 똥지게 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 굽어보기만 하는 것이 참 세상살이가 아닐 것이다.
죽고 나서 제사상에 오른 산해진미보다 살아 있을 때의 한 잔 술이 더 귀하다는 말이 있듯이 살아있을 때의 큰 즐거움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인생살이요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쁘게 살아 내려올 길이 까마득한 사람보다야 착하게 살아 내려올 길이 멀지 않은 삶도 꽤 괜찮지 않을까 싶은 오지랖 넓은 생각이 요즈음의 저 재판정에 선 권세 많던 사람을 보면 드는 것이다.
정삼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