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봉의 건강이야기] 의사일기
[정석봉의 건강이야기] 의사일기
  • 김귀현
  • 승인 2017.0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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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봉 (진주본병원 척추센터장)
세월에 비례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은 모든 직종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 일 역시 오래 하다 보니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 아니 환자‘들’이 있는데 바로 노부부와 아들 3명을 포함 일가족 5명이 모두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던 케이스다.

지난 2006년 세 아들의 어머니께서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심한 척추관협착증으로 나를 찾아 수술한 일은 그 인연의 첫 끈이었다. 어머니는 나중에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한 번 더 받게 된다. 이후 첫째 아들이 디스크 수술을, 둘째 아들이 무릎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셋째 아들도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에 이은 추간판 제거술을 받았는데 운동을 하다 무릎을 다친 셋째 아들은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까지 더불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듬해엔 아버지께서 척추 퇴행성 측만증과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았고, 둘째 아들은 반대쪽 무릎 연골 손상으로 관절내시경 수술을 다시 받았다.

어머니의 척추 수술과 무릎인공관절 수술, 아버지의 척추협착증 수술, 첫째 아들의 허리디스크 수술, 둘째 아들의 양쪽 무릎 수술, 셋째 아들의 허리디스크 수술과 무릎 수술까지. 일가족 5명을 모두 혼자 수술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경험이며 객관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이 인연으로 나는 자연스레 가족의 주치의로서 10여 년을 지냈고 그 사이 아버님의 심장 시술 정도를 빼면 가족의 건강 상태는 말끔히 호전되어 모두 별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해나갔다. 집도의이자 주치의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남의 몸을 내 몸처럼 아끼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타인에게는 관대하라는 공자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의사로 살면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인 듯싶다. 그리고 인연. 언젠가 한 블로그에서 나는 이런 글을 보았다.

해가 되는 인연보다 복이 되는 인연으로 살아야 하고 짐이 되는 인연보다 힘이 되는 인연으로 살아야 한다. 그 가족에게 과연 나는 복과 힘이 되었던 인연이었나. 깊어가는 겨울에 그들과 깊은 인연이 떠올라 몇 자 적는다.
정석봉 (진주본병원 척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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