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개동 야생차밭 겨울 탐방명소 선정
지리산 화개동 야생차밭 겨울 탐방명소 선정
  • 최두열
  • 승인 2016.12.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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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단관리공단 직원 2000명·방송PD·영화작가 추천 전국 15곳에 포함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우리나라 차 시배지, 지리산 화개동의 야생 녹차밭이 ‘겨울철 탐방명소’로 선정됐다.

하동군에 따르면 지리산 화개동의 야생 녹차밭이 최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2000여명이 추천한 국내 겨울철 탐방명소 15곳에 올랐다.

겨울철 탐방명소는 겨울철 산 정상에만 오르는 ‘정상 정복형 산행문화’를 개선하고 ‘저지대 수평 탐방문화’를 확산하고자 1차로 발굴된 국내 명소 161곳 중 방송사 PD와 영화기획 작자들이 참여한 최종 심사를 거쳐 정해졌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화개동 야생차밭은 828년 신라 흥덕왕 3년 대렴(大廉) 공(公)이 당나라에서 차나무의 씨앗을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일대에 처음 심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120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후 쌍계사를 개창한 진감선사(眞鑑禪師)가 차나무를 번식시켜 차밭이 크게 늘었으며, 지금은 화개장터에서 십리벚꽃길을 따라 쌍계사, 신흥마을에 이르는 약 12㎞의 도로변 야산에 597㏊의 차밭이 조성돼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며 장관을 이룬다.

 
▲ 하동 화개 녹차밭


쌍계사 인근 운수리에는 1987년 경남도 기념물 제61호로 지정된 차나무 시배지가 있는데 이곳에는 차시배 기념석과 대렴공 차시배 추원비, 진감선사 차시배 추앙비 등이 세워져 있고, 운수리 인근 정금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다.

이렇게 조성된 차밭은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내 여섯 번째, 차 산지로는 국내 최초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데 이어 내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맛과 향도 탁월해 조선시대 경상도관찰사 하연(1376~1453)이 판서 민의생(閔義生)의 중국 사행(使行)에 화개 차로 전별한 기록이 있으며,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칠불암에서 ‘다신전(茶神傳)’을 초록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차 시배지 아래에 있는 하동차문화센터에서는 전통 덖음차를 만들고 다례시연 등을 할 수 있고, 드넓은 야생차밭에서 차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다원도 산재해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제격이다.

특히 화개동의 아름다운 야생차밭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공중파 방송인 NBC 주말 황금시간 대에 미국 전역에 소개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방송 한 달 전 세계적인 여행·패션·음식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NBC ‘1st Look(퍼스트 룩)’ 프로그램의 호스트 캣 그린리프(Cat Greenleaf)와 17명의 제작진이 직접 하동을 찾아 이틀간 차 시배지 일원의 야생차밭 등을 촬영했다.

캣 그린리프와 국내 최정상 뮤지컬배우 임태경이 드넓은 야생차밭을 거닐며 차를 따고 전통 차 덖음 과정을 거쳐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이 20분가량 생생하게 전해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화개동에는 야생차밭 외에도 볼거리·먹거리가 풍부해 겨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고운 최치원의 시(詩) ‘호리병 속의 별천지’ 화개동을 언급한 것이 이를 웅변한다.

868년 12살의 나이에 당나라 유학을 갔다가 과거에 급제한 뒤 당나라 관리를 지내며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이름을 떨친 고운 선생은 귀국 후 신라 말 혼탁한 세상을 등지고 이곳 화개동에 들어와 많은 흔적과 시를 남겼다.

선생이 당시 화개동에 머물면서 시 ‘壺中別有天(호리병 속의 별천지)’을 남겼는데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서울에서 열린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이를 인용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모은 것.

시 주석이 ‘호리병 속 별천지’를 언급한 이후 국내는 물론 중국에도 화개동이 널리 알려져 고운 선생의 흔적과 야생차밭을 보려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실제 화개동에는 고운 선생이 직접 짓고 썼다는 국보 제47호 쌍계사 ‘진감선사탑비(眞鑑禪師塔碑)’, 선생이 지팡이 꽂아 자랐다는 경남도 기념물 제123호 푸조나무, 쌍계사 입구 바위에 새겨진 ‘쌍계석문(雙磎石門)’이라는 네 글자가 아직 또렷이 남아있다.

선생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지리산 삼신동으로 들어갈 때 ‘여기에서 귀를 씻고 선선이 돼 지리산으로 입산했다’는 전설의 ‘세이암(洗耳)’, ‘청학을 불러들여 놀았다’고 전해지는 ‘환학대(喚鶴臺)’ 각자 등 선생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여기다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정진·성불했다는 아자방의 칠불사, ‘없는 거 말고 다 있다’는 화개장터, 국내 육지 최초의 탄소없는 목통마을, 의신마을 원통암에서 출가한 서산대사가 신흥사를 오갔다는 서산대사길, 의신마을 베어빌리지 등 볼거리도 많다.

그리고 섬진강에서 잡은 싱싱한 재첩과 참게로 만든 다양한 음식에다 지역 청정 농·특산물로 만든 비빔밥 등 먹거리도 풍성해 겨울철 탐방명소로 부족함이 없다.

최두열기자

하동 화개 녹차 시배지
유커들이 하동 쌍계사를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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