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하는 언론
선동하는 언론
  • 이홍구
  • 승인 2017.01.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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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장)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최대 일간지 모니퇴르(Moniteur)는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시민혁명을 옹호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집권하자 그를 지지하며 반혁명 세력으로 돌아선다. 이후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엘바 섬으로 유배되자 입장을 바꾼다. 이 신문은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로 돌아오는 나폴레옹을 ‘살인마, 소굴에서 탈출하다’라고 보도했다. 나폴레옹이 파리로 다가오자 논조는 극적으로 변한다. 살인마에서 시작한 호칭은 괴수, 괴물, 폭군, 약탈자를 거쳐 마침내 ‘황제 폐하가 드디어 궁전에 입성하시다’라며 나폴레옹을 찬양했다.

▶언론의 논조는 그 회사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당파성을 띨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보도는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공정성에 기반해야 한다. 언론이 권력자나 군중과 일체화되어 사실을 왜곡한다면 언론은 선동기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언론은 진리와 정의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선동은 문장 한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있다.”고 역설했다.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한국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언젠가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다. 무수한 오보와 ‘카더라 식’의 추측으로 실체적 진실은 오히려 모호해져버렸다. 언론의 역할은 허위선동에 의한 심판자가 아니라 진실을 향한 나침판과 풍향계이다.

이홍구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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