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닭 우는 소리
양강석(청학사랑방지킴이)
새벽 첫닭 우는 소리
양강석(청학사랑방지킴이)
  • 경남일보
  • 승인 2017.01.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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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석

3년 전 현직 은퇴 후 하동군 청암면 하동호 주변에 거처를 마련하고 귀향했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옛 친구들은 모두들 각자 인연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더욱이 아름답던 청암계곡마저도 물 속에 잠겨버려 추억을 되새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향이라지만 산천초목 모든 것이 변해버려 그 시절이 그립고 아쉬울 때가 많다. 또 말벗이 따로 없어 외롭기도 하고 쓸쓸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밤마다 별빛과 달빛이 비치는 호수의 아름다움이다. 참 아이러니다. 하동호를 만들면서 계곡을 없애고 가옥들도 물에 잠겨 사람들이 모두 흩어졌는데 그 호수에 반한 내 모습이라니….

또 하나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새벽녘의 닭 우는 소리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긴 울음소리에 잠이 깨면 호수 건너편 청계사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그런데 첫닭 울음소리와 독경소리는 묘한 대조를 이뤄 나도 모르게 참회와 소망을 간구하는시간으로 다가온다.

어둠을 뚫고 아침이 다가옴을 알리는 닭 우는 소리는 숲속의 고요함을 깨우고 깊이 잠들어 있는 짐승과 미물에게도 새날을 준비하라고 알린다.

닭 울음소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닭 울음소리가 기쁨과 희망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칠월 칠석날 밤 견우와 직녀의 사랑에 등장하는 닭 울음소리는 이별의 슬픔을 상징하기도 한다. 심청전에서 닭 우는 소리는 심청이 뱃사공에 팔려 가는 죽음의 서곡이었다.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새벽빛 닿으면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간다고 했다. 닭 울음소리의 의미는 처한 위치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올해 정유년 닭의 해에는 1597년 조선왕조 임란왜란의 정유년처럼 우리 내부 사정이 혼란스럽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 러시아의 득세, 중국과 일본의 대립, 북한의 도발, 주변국의 이해 득실, 그 틈바구니의 아귀다툼 속에 있음에도 우리는 내부적으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반도의 정유년,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 우는 소리는 혼돈을 벗어나 희망으로 가는 소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양강석(청학사랑방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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