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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카카오톡으로 손자 이름 짓기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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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7  17: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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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 있는 아들이 곧 태어날 손주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아직 남·여가 확인되지도 않은 초기였다. 손자와 손녀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가 손주인 모양이다. 나 자신도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전혀 실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숙제거리를 맡은 셈이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손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명소에 가서 돈 주고 이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정성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출발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정통 작명법, 전씨 문중의 항렬, 가족의 자유로운 작명 등 세 가지를 검토하였는데 결국 30여년 전 아들, 딸 이름을 직접 지었듯이 할아버지의 희망사항을 담는 방식을 선택하였고 아들도 동의하였다. 왜냐하면 음양오행과 생년월일시에 맞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주팔자에 의한 결정론에 대한 거부심리도 있었다. 주역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민동락’에서 따온 여민이라는 이름에 대해 모든 가족이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이럴 즈음에 손자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이름에 자연을 담아 볼까라고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서 물, 별, 하늘, 구름 등으로 조합을 해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 대해서 가족들이 낯설어 하였다. 나는 다시 출발점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지난 1월의 아들 결혼식은 주례자 없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신랑·신부와 하객들에게 하는 인사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신영복 선생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신랑·신부에게 당부하는 핵심으로 삼았다. 그런데 신영복 선생이 결혼식 전날 저녁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무슨 인연처럼 느껴져서 손자이름도 신영복 선생의 글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들이 흔쾌히 동의를 하였다. 며칠 동안 선생님께서 쓰신 책을 뒤적거리면서 이름으로 쓸 만한 글자 9개를 골라내었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카카오톡에는 투표기능이 있다.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첫째네, 둘째네 모두 6명을 대상으로 3단계로 진행하였다. 1단계 투표는 9개 중에서 부르기 좋은 이름 2개를 고르고, 2단계 투표는 9개 중에서 뜻이 좋은 것을 1개씩 고르도록 하였다. 1, 2단계에서 각각 뽑힌 이름은 이산(移山), 해수(海水)와 성유(星逾)등 3개였다. 이산은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따온 것인데 바보가 산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이익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성유는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인데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는 뜻이다.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해수는 관해난수(觀海難水), 큰 것을 깨달아서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이 3개 중에서 한 개를 고르기로 했다. 마누라는 태어날 손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하는데 이산이라는 이름은 벌써 산을 옮겨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하였다. 다른 가족들도 대체적으로 이름이 너무 무거우면 본인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아 이산은 탈락했고 성유로 결정했다.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보다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성유애비, 성유애미라고 자꾸 부르니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돈댁에서도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하였다.

 
전점석(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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