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발음대로 표기하면 안 될까?
[허훈의 말숲산책] 발음대로 표기하면 안 될까?
  • 허훈
  • 승인 2017.01.0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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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왜 발음대로 표기하지 않을까. 발음을 그대로 표기에 반영한다면 따로 복잡한 규정을 만들 필요도 없을 텐데’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한글 맞춤법 제1항에는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즉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라는 근본원칙에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여기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표준어의 발음 형태대로 적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구름, 나무, 하늘, 놀다, 달리다 따위는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형식이다. 그런데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는 원칙만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컨대 ‘꽃(花)’이란 낱말은 그 발음 형태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나타난다. ①〔꼬ㅊ〕: 꽃이〔꼬치〕, 꽃을〔꼬츨〕, 꽃에〔꼬체〕 ②〔꼰〕: 꽃나무〔꼰나무〕, 꽃놀이〔꼰노리〕, 꽃망울〔꼰망울〕 ③〔꼳〕: 꽃과〔꼳꽈〕, 꽃다발〔꼳따발〕, 꽃밭〔꼳빧〕.

만약 ‘꽃(花)’을 소리대로 적는다면 ‘꼬ㅊ’, ‘꼰’, ‘꼳’ 등으로 각각 표기돼 그 뜻을 얼른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어법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또 하나의 원칙이 붙은 것이다. 결국 뜻을 파악하기 쉽게 하려고 각 형태소의 본 모양을 밝히어 적는다는 얘기다. 즉 ‘늙고〔늘꼬〕, 늙지〔늑찌〕, 늙는〔능는〕’처럼 발음되는 단어를 ‘늘-, 늑-, 능-’으로 표기하지 않고 ‘늙-’으로 쓴다는 말이다.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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